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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에 왜 퇴비를 넣어주어야 하나?
하병연 이학박사/시인 (국립경상대학교 학술연구교수)
퇴비는 토양 유기물 함량을 증가시키고 양분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동시에 한다. 하지만 퇴비의 가장 큰 역할은 화학비료처럼 양분 공급을 우선으로 하지 않고 토양 유기물 증진에 있다.
토양 유기물은 토양에서 미생물의 밥과 같은 역할을 하고 딱딱한 토양을 부드럽게 해주어 작물 뿌리를 잘 자라게 한다. 또한 유기물이 발효하면서 나오는 부식산과 같은 점액질은 토양 입자를 뭉치게 하여 물의 배수성과 통기성을 좋게 해준다. 이것 이외에도 과일의 당도를 증가시키고 병해충 피해를 떨어뜨리고 토양 내 불용해성 양분들을 용해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토양 수분과 양분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역할을 한다.
농업에 있어서 토양 유기물의 역할은 무궁무진하여 우리 조상들은 대부분 자가 퇴비를 직접 제조하여 논밭에 뿌렸다. 일 년 농사 준비에 퇴비 제조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 여기며 풀을 베어다 소똥과 인분을 혼합하여 몇 번의 뒤집기 과정을 거쳐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그렇다면“왜 힘들게 토양에 퇴비를 넣어 줍니까?”이런 질문을 농가들에게 하면 퇴비를 안 넣으면 농사가 잘되지 않아서 퇴비를 넣는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퇴비를 토양에 넣지 않으면 밥과 반찬이 없는 텅 빈 밥상을 토양 생명체들에게 주는 것과 같다.
토양 속에도 엄연한 생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밥과 반찬이 있는 먹이가 필요한 데 퇴비를 주지 않으면 토양 생명체는 굶주릴 수밖에 없다. 토양 미생물을 포함한 토양 생명체들이 배가 고픈데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토양 생태계가 활발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퇴비를 통해 유기물 밥상을 풍성하게 차려주어야 한다.
퇴비는 토양 내에서 지속적으로 발효되면서 작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무기양분 이온들을 방출한다. 작물은 이런 무기양분 이온들을 뿌리를 통해 흡수하여 배를 채우는 데 퇴비에서는 화학비료처럼 양분 공급 효과가 일시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작물 전 생육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일어난다고 하여 ‘지효성비료’라고도 한다.
작물의 전 생육 기간 동안 부족한 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줌으로써 작물이 배를 굶지 않는다. 그래서 퇴비는 토양뿐만 아니라 토양 생명체와 작물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퇴비 살포에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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