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김광호 칼럼니스트
아직도 오월의 아픔은 진형형이다.
오늘도 미얀마에서는 군인이 시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은 매스컴을 통해 그런 현장을 보면서 분개하고 가슴 아파한다.
왜일까? 군인들의 행위가 모순(矛盾)되기 때문이다. 모순이란 단어는 창과 방패에서 유래되었다. 한 상인이 자신의 창은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다고 자랑한다. 잠시 후 방패를 보여주면서 모든 것을 다 막을 수 있다고 강변한다. 세 살 먹은 아이가 상인의 이야기를 들어도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모순의 핵심은 상인의 무책임에 있다.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와 다 뚫을 수 있는 창은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그 상인의 물건 파는 행위에 대하여 분개하고 비판한다.
국민은 자신의 생명을 지켜주는 군인에게 기꺼이 세금을 내어 뒷바라지 해주고 있는데 그들은 고맙다는 말은커녕 총과 칼로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역사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
그런데 진정 우리 국민이 분개하고 아파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역사이다. 아니 역사교육의 현주소이다. 해마다 3.1절, 제주4.3, 4.19의거,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기념행사를 열고 있지만, 그 사건의 본질과 실체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피해자의 영혼만 위로하며 진정성 없는 추모만 할 뿐이다. 우린 동안 아픈 역사에 대하여 피해자 입장을 중심으로 가르치지 않았다. 기껏해야 대학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을 보기 위한 죽은 역사만을 안내했을 뿐이다.
이른바 역사적 사건의 이름과 날짜 그리고 등장인물만 외울 뿐 그 역사의 실체를 외면한 채 언제나 그랬듯이 짧게 배우고 가볍게 넘어가는 역사교육을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역사를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대면할 수밖에 없었으며, 마치 자신의 삶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건이라 생각하며 밖으로 멀리 내팽개쳐버렸다.
또 사월이다. 오월 또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매스컴은 그날에 있었던 민중의 아픔을 밤낮으로 토해내어 되새김질만 할 뿐 가해자에게 용기 있는 사과나 반성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 현장에 제안하고 싶다. 삶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역사교육을 내실화했으면 좋겠다. 그날만이라도 학생들에게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하여 부끄러운 역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날의 아우성을 해석해보게 하자. 혹 체험학습이 불가능하다면 그날만이라도 다양한 추모행사를 열어 그날의 함성을 글로 써보게 하자.
우린 지금이라도 겸허하게 역사를 성찰해야 한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1919년)된 지 100년이 막 지났다. 지금 우린 겸허하게 교육(역사교육)을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식민지 교육을 강행하여 우리 민족을 황국식민으로 개조하려고 했으며 그 후 군사독재정권은 반공 전사나 산업 일꾼을 양성하기 위하여 강압적인 교육을 하였다. 소위 민주정부는 성숙한 민주 시민을 길러내는 일보다는 시험 잘 보는 사람만을 배출하는 교육을 목표로 삼았다. 당연히 역사교육은 땅속에서 깊은 겨울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만약 또다시 이런 형태의 교육이 반복된다면 지금처럼 강자와 기득권의 정의만이 세상에서 판을 칠 것이다 즉 돈이 사람보다 소중한 세상이 펼쳐질 것이며,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억압할 것이다. 또한 대학 졸업자는 중등 졸업자를 깔볼 것이며 해외 유학파가 국내 학구파를 무시하며 그들만의 철옹성을 높이 쌓을 것이다.
특히 그들은 지위와 혈통을 명분 삼아 '인간 불평등을 조장할 것이며 학연과 혈연에도 우열이 있다'라는 이론을 정당화할 것이다.
생채기의 역사가 아물면 새싹도 돋아 날 것이다.
우리 교육은 여전히 수면 상태라고 진단하고 싶다. 대한민국 교육에게 감히 묻고 싶다. 이 시간에도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스펙 쌓기를 강요하는 교육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여러분은 이런 교육환경에서 역사의 생체기가 아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게시물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