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꼬투리 잡다
> 송정현 미용장
탈모로 고민이 많은 요즘 세대에 숱 많아서 불만이라는 고객을 만났다. 웬 말인가? 숱 많은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데...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커 보이는 남의 떡을 막상 먹어보면 내 떡이 훨씬 맛있다는 걸 깨닫는건 경험에 의한 것인데 내 것 아닌 남의 것을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머리카락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번 머리카락의 위대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남의 것과 절대 바꿔치기할 수 없기에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곱슬머리를 매직 스트레이트로 찰랑거리게 펴기도 하고 말총머리를 우아하고 레블리 하게 웨이브를 주기도 하고 까만 머리카락을 노랗거나 빨갛게 원한다면 무지개색으로 컬러 체인지를 하거나 백발을 까맣게 멋스러운 애쉬나 그레이로 변화를 주면서 내 것 아닌 다른 것을 경험하는 미용실이, 새로운 변화와 기분전환을 선사하는 미용사가 얼마나 근사한가?
숱 많은 멀쩡한 머리카락에 괜한 꼬투리를 잡는 고객 덕분에 별안간 생각해본 머리카락의 정체성이다. 수많은 고객을 만났지만 자신의 머리카락에 만족하는 분이 거의 없었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습성 때문인 걸 깨달은 오늘 부스스한 곱슬머리가 불만이었던 나 역시 자연스런 웨이브를 매만지며 감사하다.
2021. 5. 3.
송정현 미용장
게시물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