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식시인의 詩 읽어 주는 남자
그래도 꽃은 피잖아
박효숙
봄이라는데,
관제사의 지시가 있을 때까진
두문불출의 겨울적막이 계속될지도 몰라
마스크 없는 새들은
어느 날 지구 밖까지 날아갈지도 몰라
무주공산 떨고 있는 나뭇가지들,
단단히 감고 있는 저 꽃눈은 열꽃을 피울지
한 채의 폐가처럼 침몰해갈지도 몰라
주일날 아침에 듣던 미사 종소리를
이제 고전에서나 겨우 읽게 될지도 몰라
바람은 해석되지 않은 타인과의 거리로
법정구속 될지도 몰라
얼굴 없는 얼굴, 손 없는 손,
거리는 흉흉한 소문들로 빗장을 걸어야할지도 몰라
누구나 투명한 제 속살을 보여주기 위해
산산이 부서지는 연습을 해야 할지도 몰라
입구와 출구를 봉하는 막다른 골목,
유예기간이 만료될 때까지는 그믐처럼 깜깜히
안개 속을 헤매게 될지도 몰라
봄은 영영 문을 닫을지도 몰라
그게 최선인 듯,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인 듯,
그래도 꽃은 피잖아
우리 봄을 한번 믿어봐
///詩詩한 이야기
- ‘코로나19’의 봄
봄은 봄인데 봄이 아니다.
봄 대신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19’라는 꽃처럼 생긴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없이 이웃나라로 침투했고 이웃 나라들은 속수무책으로 습격당하고 말았다.
무기 없이 전쟁하지 않고도 세계는 점령당했다.
빠른 속도로 감염이 발생했고 세계 확진자가 1,853,155명이 육박했고 사망자가 11,4247명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아직 현재 진행형 일 뿐이다. 미국, 이탈리아, 독일, 영국, 스페인, 프랑
스 일본 등 많은 국가가 확진자 증가 추세여서 어떻게 진행 될지 아무도 모른다.
점령군에 의한 어떤 우발적인 상황이 폭발적으로 발생할지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우주선을 발사하고 최첨단 무기를 뽐내며 인공지능 전자시스템이 일상화 된 시대이지만 미세
한 바이러스에 세상은 속수무책이다. 뚜렷한 치료제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바이러스로 인하여 우리는 입을 닫아야 했고 발을 묶어야 했고 거리를 두어야 했다.
문화예술행사 지역축제가 줄줄이 취소되었고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대부분 공공시설이나
장소는 폐쇄되거나 문을 닫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나이트클럽, PC방, 노래방을 비롯하여 심
지어 각종 종교시설도 현장 예배나 미사, 예불 드리는 것을 중단하고 인터넷이나 동영상을 이
용해야 했다. 학교가 개학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으며 확진자가 한명이라도 발생하면 병원,
요양원, 회사, 공장, 사무실, 소상공인 할 것 없이 문을 닫아야 하는 전례 없는 초유의 사태
가 발생 했다. ‘한 채의 폐가처럼 침몰 해 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밀집 지역을 사람들은 회피했다. 아니 스스로를 자가 격리했다. 사회 활동이 거의 마비되었다.
관광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사업이 중단 되었고 소상공인도 문을 열었을지라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과의 만남도 중단 되었으며 간혹 만날지라도 서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두려고 서로 어색한 행동을 한다. ‘얼굴 없는 얼굴 손 없는 손’ 들이다.
아파트가 통 채로 코호트 되기도 하고 확진자는 가족끼리도 서로 분리 격리 될 수밖에 없다.
‘빗장을 걸어야’ 했고 ‘입구 출구 문을 닫아’야 했다.
‘바람조차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어떤 바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믐처럼 깜깜히 안개 속을 헤매게 될지’ ‘봄은 영영 문을 닫을지’거리는 흉흉한 소문들이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심화 될수록 일상적 소소한 행복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고
자연친화적 거리 가까워지기가 시작 된다. 사람들의 활동이 마비되기 시작하니 아이러니하게
자연은 더 살아나고 깨어나는 것을 본다.
우리는 그동안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고 식물, 생물, 곤충, 동물들에게 너무 많은 학대를 가해
왔다. 바이러스는 그 대가인지 모른다. 앞으로 또 어떤 슈퍼 바이러스가 창궐할지 모른다.
살아나는 유일한 방법은 봄을 깨우는 것이다 ‘봄의 문을 닫는 것을 막는 일’이다.
자연 환경을 잘 보전하고 우주 만물을 잘 소생케 하는 일이다.
선한청지기로서 관리자로서 역할이 시대적 요구로 느껴진다. 그래야 꽃은 피고 봄은 오겠지.
우리의 봄을 믿을 수 있겠지. 잃어버린 봄, 빼앗긴 봄을 되찾을 수 있겠지.
지연과 인류가 공존 공생하는 아름다운 동거를 믿어야 하겠지.
- 우동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