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3 (토)
-한려새마을금고 ESG 운영위원장, 법무사 심정현
전 1-1회에서는 ESG가 세계적 대세로 자리잡게 된 과정과 국내 외 굴지의 투자자산운용사, 은행, 대기업, 정부, 공공기관들이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말씀드렸으며, 1-2회에서는 ESG의 탄생배경과 ESG 경영을 위하여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한 이유에 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이 회에서는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하여 제시되고 있는 해법들과 그 해법으로 모아져가고 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한계점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야만의 자본주의를 넘어(1-3)
세계는 지금 기후위기, 경제위기, 사회위기라는 3대위기에 직면해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문화적, 지정학적 요인들로 인한 다양한 소위기들(mini-crises)까지 가세하여 마치 큰 강으로 불어나는 지류들처럼 한데 모여들어 폭포처럼 쏟아지는 형국(마이클 맨의 폭포론)입니다.
이는 인류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위기이며, 하필 그 총구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넘어 인간 종의 지구상 생존을 겨냥하고 있어 보입니다. 과거 재앙수준이었던 공산주의와 파시즘의 혁명적 대안은 사라졌으나 오늘날 세계의 많은 학자들은 이제 인간 종의 생존을 걸고 마지막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클린턴과 오바마 정부에서 노동부장관 등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는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어가는 상위 1%와 하위 99%의 반인간적 상황을 혁파해야만 하는데, 이런 일을 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금융엘리트와 자본가들에 의하여 조정되어 그들의 이익에 따라 정책을 세우고 국가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행동하는 시민들이 정치세력을 바꾸어야 한다고 하면서 ‘행동하는 시민’들에게서 그 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UCLA 석좌교수인 마이클 맨은 2차 대전 후 40여년간 인류역사상 유례없는 경제팽창은 본래 비정상적인 것이고, 저성장(1%대의 성장)이 정상이므로 저성장에서 그 해법을 구해야한다고 합니다. 저성장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위기의 본질이 아니고, 오히려 자본주의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합니다. 저성장시대에는 투기의 역할이 줄어들게 되고, 금융자본의 권력이 약화되며 공황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헤게모니는 결국 종말을 맞을 것이며 세계의 경제권력은 다극체제로 분점되고, 노동력의 세계적 이동에 따라 노동조건의 개선이 확대되며 더 많은 평등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문제는 비용의 외부전가라는 자본주의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를 내부화하여야 하고, 그 일례로 조세정책 -세금을 현재처럼 사업이나 노동에 부과할 것이 아니라, 재생불가능 자원의 총가공처리량에 비례하여 부과한다는 것입니다. 그리되면 화석연료산업들은 틀림없이 붕괴될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러기 위하여는 각국의 정부나 시민대중이 민족국가의 성장이라는 허상과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며, 시장규제적인 초국가적 집단주의의 형태로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언급한 바와 같이 로버트 라이시는 행동하는 시민의 힘을 통하여 정치권력을 바꾸어야 한다고 하고, 마이클 맨은 저성장의 안정화를 위한 초국가적 집단주의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음에 반하여, 리베카 헨더슨과 알렉스 에드먼스 등은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인정하고, 기업만이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기업에 책임만을 물을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 기업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이를 위하여 자본주의가 공공의 목적을 추구하는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종래의 주주자본주의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만이 인류가 갈 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란 전 회에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기업이 주주이익뿐만 아니라 종업원ㆍ고객ㆍ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고, 이를 통하여 친환경과 관련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되어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게 되며, 직면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헨더슨과 에드먼스 등은 기업이 창의적으로 혁신하여 주주가치와 사회적가치의 동반상승을 달성함으로써 소비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기업의 가치를 더욱 키워낸 수많은 기업들의 실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개념은 1973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된 ‘다보스메니페스토’에 처음으로 등장(매경, 이것이 ESG다)한 이래 2008년 미국 발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급속도로 확산되어 지금은 주주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수렴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도 주주자본주의에 그 근간을 두고 있는 것이어서 여전히 한계가 있으며, 저성장의 시대에 이윤창출이 계속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는 기업이 ESG 경영을 위하여 상당기간,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였음에도 일정기간 내 기업가치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투입한 비용증가를 견디지 못해 파산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값싼 석탄에너지로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이 값비싼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하여 더 많은 에너지비용을 또는 생산라인 교체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거나,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그 수거비용·처리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ESG경영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급생수 ‘에비앙’으로 유명한 프랑스기업 다농은 ESG활동을 열심히 하고, 상장기업 중 처음으로 회계에 탄소비용을 반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앞서 나갔으나 그로 인하여 회계 상 주주이익이 줄어들게 되었고, 코로나 19 기간 동안 실적이 악화되자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으로 CEO가 해임되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고 합니다. (윤성사, ESG경영) ESG가 주주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지점에서 멈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더 나아가 AI와 생명공학의 발전을 중심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현재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불문하고 무차별ㆍ전방위적으로 인간 일자리를 급격히 감소시키고 이를 지배ㆍ조정하는 극소수의 개인과 기업에 부의 극심한 편중을 가져오게 될 것이고, 결국 자본주의도 종말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언에 이르면, 이 때에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그 실천과제인 ESG가 그 효능을 다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 그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무엇인가로 또 다시 전환되어야만 하고, 따라서 ESG 개념도 변화되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이에 관하여는 제4편에서 숙고하고자 합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사회학 교수 샘 리처드는 “한국문화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독보적인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서로 협력·협업하며 공동의 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지만 강력한 나라, 한국이 전 세계가 직면한 위기에 대해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확립시킬 것이다”라고 한 바 있습니다. (유튜브, 인사이트코리아)
그렇습니다. 우리 안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의 길을 선택하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이상으로 제1편 ‘야만의 자본주의를 넘어’를 마치고, 제2편 ‘재조산하!’로 찾아뵙겠습니다.)
이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