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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은의 문화예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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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병은의 문화예술 칼럼

2019 지역예술문화상 수상 작가 강창구의 풍경체험

신병은칼럼사본 -강창구.jpg

>강창구화가

 

.........소통, 고요한 원형 서정을 풀다

 

 

사본 강창구-KGJ_4274.jpg

 


창작의 기본 발상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이다.
그것은 일상 속에 숨겨져 있던 원형과 진실을 들추어내 보이는 조촐하면서도 소박한 하나의 행위이고 소통이다. 우리가 작품을 만날 때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 이러한 작가의 소통법이다.
 이는 대상과 대상이 만나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생산해 내는가를 관찰해내는 작가의 시선이다.
 한 순간 한 순간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전제하에, 그 의미변화를 탐색하고 이를 보여주려는 작가의 시선이다.   

작가 강창구가 풍경을 풀어 전하려는 시선에 주목하게 된다.
그가 보여주려는 풍경코드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라, 해석된 삶의 메시지를 지닌 의미 체험이다.
그가 바라보는 대상, 풍경은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이지만 그의 발견적 상상력이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감상자의 전이해(前理解)를 새롭게 해 준다.  즉 그의 풍경은 찌든 관념을 정화해 새롭게 해주는 서정이면서 서사의 중심 오브제가 되어 감상자로 하여금 새로운 삶의 이해를 돕는다.
자연과 사람의 좋은 만남을 주선해 줄 뿐만아니라, 풍경이 갖는 넓은 생명의 품 안에서 우리의 삶을 봄 가을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함께 넉넉하고 고요하게 해준다. 
 
그의 조형 어법을 말하자면 물처럼 바람처럼 투명하게 세상사 모든 맺힌 것을 풀어내는 풀림이다. 풀면 풀수록 고요해지고 맑아지는 것이 풍경이고 그것이 곧 그의 마음 안의 세상이 된다. 그러다보니 기교를 버린 데서 정화의 깊이를 얻고 과장되지 않은 통찰로 이면에 숨어있는 풍경의 진실을 풀어 소통하게 한다.
그래서 당신의 풍경, 그 풍경의 깊이는  곧 우리 사는 세상과 사람의 깊이다
그래서 그의 소통은 맑고 고요하고 정직하다.
가식없는 삶과 맑고 고요한 응시는 색은 공으로 가능하고, 공은 색으로 가능하다는 진리와도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풍경 너머 더 많은 의미의 풍경을 그리다
 

사본 -강창구작품3.jpg


그의 매력은 이러한 조형적 소통을 통해 새롭게 유추된 상호의미를 확대하는데 깊게 관여한다는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바다와 나무, 바닷가 풍경, 산의 인상, 섬과 산 등은 우리가 만나는 낯익은 풍경이지만 그대로 재현된 것이 아니라, 응축과 생략으로 오브제들 상호간에 맺고 있는 의미유추를 통해 새로운 풍경체험으로 소통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참으로 맑고 고운 서정적인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의 미적체험은 대상에서 느끼는 첫인상은 물론이고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데서 시작된다.
그가 작품에 담은 시간성과 공간성, 정지와 움직임, 외적 내적 의미는 대상을 통해 나와 소통한다.  
그것은 삶의 현장을 자연 속에 안겨두고 삶을 정화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기본적인 색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본래적인 원색을 주관적인 인상으로 비틀어 고착된 색채관념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색채는 자연의 실력을 따라오지 못한다.
꽃의 파랑은 그저 파랑이 아니고 꽃잎의 파랑도 한가지의 파랑이 아니다.
꽃잎의 파랑은 파도 넘실거리는 색채의 명암이다.
제비꽃 한송이는 세계를 담을 수 있고
현호색 한송이와 용담 한송이는 극히 조화로운 음악을 피워낼 수 있다.
파랑은 호수를 담고 있고 파랑은 물결을 담고 있고
파랑은 아침의 서늘함과 번개처럼 스쳐가는 만남의 순간을 담고 있다.
파랑은 파랑이 아니다.
파랑은 파랑이되 파랑은 파랑에서 시작해 깊은 파랑으로 뻗어가는 채도의 어울림이요
명암의 교향곡이요 결결이 다른 조직들이다.
무엇으로 꽃잎 한 장의 깊음을 형언할 수 있을까
         Ron Currie의 "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 中

그것은 단지 조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칼 바르트(Karl Barth)의‘매체(object) 속에 들어 있는 말씀(Word)"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매체로서의 색, 그것은 눈에 닿은 풍경의 미적정보를 얻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자로 하여금 감정이 정화되고 말씀이 전달되는 단계에 까지 이르게 한다.
대상에서 와 닿는 존재의 넓이와 깊이를 짙은 브라운톤의 질감을 바탕으로 형상화하고 대상과 대상의 존재감이 연쇄적으로 만나 만들어낸 의미적 풍경이다.

풍경, 자연은 우리 삶의 맑은 희망이자 꿈이다.
그러기에 그는 여백을 강조한다.
모든 그림에는 여백이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잘 그리기보다 덜 그리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한다.
서양화의 여백은 시간을 두고 관자로 하여금 상상력의 공간을 제공하는 정감의 깊이일 것이다.
그가 늘 초심과는 달리 마무리에서 의도한 바와 자꾸만 벗어나게 된다며 속상해하지만, 이러한 생략과 숨김의 여백이 담긴 그의 그림은 관자로 하여금 삶의 고요와 서정으로 다가 서게 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고요하고 맑다.
그래서 그의 풍경 속 길을 나서면 생각이 깊어진다.
 
....... 감동, 낯익음 속의 낯선 풍경이다
 

사본 -강창구작품201409.jpg


젊음이 지난 자리에서 삶의 발자취를 풀어내어 보면 기적 같은 삶이 아닌 것이 어디 있을까. 돌아보면 모두가 하나같이 견디고 견뎌낸 후에 아름답게 피는 꽃이 아니랴.
한평생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사랑이 필요하다. 그리고 고개 아픈‘바라기’를 해야 하는 참으로 고독한 여정이다.
강창구의 바라기는 그의 고향 여수다.

나이가 들면 그때에야 비로소 소중한 것이 하나 둘 보이는 법, 그동안 지나치고 건성으로 대해온 풍경도 하나같이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물고기 속에 바다가 있고 해바라기 속에 해가 있듯 그의 그림 속에는 사랑하는 고향 여수가 소담스럽고 정겹게 담겨 있다.
그의 바다, 그의 도시, 그의 고향, 그의 여수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바다, 우리의 고향, 우리의 여수이기도 하다.
 
정겹고 정감있는 삶의 풍경,
백도, 사도, 섬, 선창, 해안풍경, 닭머리, 소호 등 그림 속 풍경은 한결같이 낯익은 풍경들이다. 화가가 서 있었을 그림 속 그곳에 서면 바다가 왜 그렇게 깊고도 넓게 펼쳐 있는지를, 왜 그의 바다가 더 없이 정겨운지를 알 수 있다.
그의 그림에서 만나게 되는 매력적 인상은,

첫째,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누른 듯이 내려다보는 관점(point of view)이다. 이는 풍경을 더 깊게 더 넓게 만나기 위한 정겨운 심리적 거리감을 드러낸 장치다.
둘째, 화려하고 전통적인 오방색을 변용한 색채 해석이다. 이는 사물에 대한 사실적 배색이 아닌 색채 해체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적 기질을 의미하는 색채 모더니즘에 대한 그의 의도된 경험이다.
구도와 색채, 그의 조형적 매력은 여기에서 만날 수 있다.
정교한 화면의 터치와 손길을 보면 그가 얼마나 여수를 사랑하는지를. 여수의 풍경이 얼마나 정겨운지를 짐작할 수 있다.

.........발상과 표현의 밑 작업은 휴머니티다
 

사본 -거문도조감-강창구.jpg


그래서 풍경은 그냥 시각적 풍경만이 아닌 것이다
쓸모없는 것들, 소외된 것들, 아무 힘도 없는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오랜 세월의 지문이 새겨지고 오랜 기억의 목소리가 들리는 풍경, 한순간 찰나에 스쳐 지나가는 숱한 풍경,
이러니 풍경은 그냥 풍경이 아니라 ‘할 말’의 풍경인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더 넓고 깊은 넓이와 깊이를 가진 풍경이 얼마든지 있다.
가끔 나를 유년의 시절로 데려다주고 시간,  첫사랑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풍경들이 있어 지금의 삶의 넓이로 확장시켜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트랙이 한 눈에 보이기도 한다.

강창구의 풍경체험 또한 인간에 대한 이면으로써 삶의 진술법이다.
에토스와 파토스의 경계가 무너지고 일체관념이 사라진 그 자리에 그의 그림이 다시 자리한다.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삶의 방식까지도 엿보이는 그의 풍경은 이러한 삶의 은유를 무궁무진하게 품고 있지만, 그 풍부한 은유를 읽어내는 작가의 맑은 호기심도 예사롭지가 않다.  
그래서 그의 근작 회화에서 보여지는 내러티브는 매우 절제될 수밖에 없고 생략과 압축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에 근거한 자연의 원형성에 접근하게 된다.
이번 전시회가 유독 눈길을 끄는 것도 다크브라운톤의 색감을 바탕으로 자연의 본래를 드러내는 화법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형의 이면에는 이전에 만나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반어적으로 숨어든다.
다양한 색채 의미를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새롭게 눈뜨게 된다.
삶과 대상의 연상 작용에 의한 대상의 변형(deformation) 즉 '보이는 것을 보는 것'에서부터 '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을 보는 것'으로 발전시켜가는 그의 창작은 대상이 간직해온 정형성을 파괴해 재창조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새로운 깨달음이다. 
 
그는 그 깨달음을 앞세워 풍경 속의 환한 의미를 건드리고 그러면서 대상의 존재 속으로 뛰어 들어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가 담아내는 메시지는 티없이 맑은 고향 여수에 대한 근원적 사랑이다.
늘 보아오던 풍경에 대한 가슴 따뜻한 응시,  삶의 변두리를 감성적으로 체감하는 사유의 조형이다.
그의 길목에서면 진정으로 그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것은 그가 캐낸 풍경이 대상(타자)에서 나에게(자아)로 건너와 색으로 드러나게 되고 우리로 하여금 쓸쓸한 문명의 삶을 견디게 하는 감정정화로 연결시켜준다.
삶에 대한 관조로 만난 하늘과 땅. 섬과 바다, 은은한 색조로 풀어낸 사계의 풍경, 그리고 이국적인 풍경들을 껴안을 때 솟아나는 감정을 투박스럽고 미니멀한 붓질로 그려낸다. 이 때에 유독 그가 주목한 것도 자연과 만난 그 순간에 오브랩 되는 삶의 휴머니즘이다.
 
그를 평가하는 부분 역시 오랜 기간 숙련된 안정감 있는 붓터치도 그렇지만 회화라는 매체를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인간 정신에 다가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도 스스로 욕심을 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아직도 어떻게 하면 화면에서 더 과감하게 비워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는 이미 비우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새로운 풍경의 밑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은 색으로 환하고 아름다운 날들이 열리는 것 같아 한 작품을 끝냈을 때 마치 어깨에 날개 하나
   솟구친 듯이 무한청공 날아오릅니다.‘

그의 풍경에 대한 이 한마디에 담겨있는 의미체험, 발견과 적용으로 풀어낸 맑은 휴머니티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만나면 마냥 편안하고 마냥 행복해진다.
 
 
 
신병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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