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4 (일)
우동식의 <시 읽어주는 남자 >
목련쇼
우동식
전화가 왔다
잘사냐?
목련꽃이 피었는데 하늘궁궐 모델쇼 같다야
합장한 도도한 시선
캣워크 런어웨이
나무 끝에서 읽는 강렬한 시 그림
꽃부터 피는 지붕 한 채의 몰입
몇 초간의 사랑 후
확 저버리는 꽃불
의식을 치른 후 슬럼프를 생각하는데
또 전화 한통이 왔다
친구야
목련꽃이 다 지는데
똥 닦은 휴지 같다야
백목련
우동식
저
참한 여인네는
왜 소복을 반쯤 벗고
속치마를 휘날리고 난리야
근데
저
햇살은 왜 자꾸
몸을 더듬고 열을 올리고 지랄이야
저 바람은
왜 또 하얀 저고리를
치켜들어 올리고 자빠졌나
바람 난 봄이
미쳤나
나는 왜 또
몸이 근질근질 지랄옘병 이야
천형이야
-----詩詩한 이야기
손을 모아 기도하는 듯 소복소복 담았다가,
하얀 꽃잎을 활짝 펼치는....
여수시 상암동에는 진달래 군락지인 명산 영취산이 있고 그 아래는 상암초등학교 교정과 상암교회가 나란히 앉아있다. 필자는 그 근처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상암교회 앞뜰에 있는 목련 나무에서 봉긋하게 기도하는 손 같은 꽃봉오리가 솟는 것을 몇 일전 보았다. 몇 년 전에 그 자리에서 너무나 목련꽃이 탐스럽고 예뻐서 심취하였다가 쓴 시가< 목련쇼>이다. 순백의 탐스러운 자태와 우아하고 귀족적이며 고고하면서도 경건하게 손을 모아 기도하는 듯 소복소복 담았다가 손을 열면서 하얀 꽃잎을 활짝 펼치는 것이 얼마나 건사한지 교회 종탑 십자가와 어울러져 경건하기까지 했다.
하늘궁궐에서 하얀 소복을 입은 모델들이 모델쇼를 하는 것 같았다. 그 모델쇼는 도도했고 강렬했으며 꽃불로 타오르는 듯 뜨거웠다. 어떤 의식보다도 몰입이 되었다,
나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서 그 의식을 담았고 멀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퍼 날랐다.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교회앞마당 뜰에 깔려 있는 목련꽃들을 보게 되었다. 누렇게 변모되고 구겨진 모습들이 ‘똥 닦은 휴지’같았다,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이라 했지만 전화 한통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화려함도 아름다움도 고고하고 품격 있는 꽃도 떨어져 버리는 것처럼 인생이 바로 그런 게 아닌 가 반추 해 보는 계기가 된다, 또 다른 한편의 시 역시, 교회 앞에 있는 상암초등학교 운동장 언저리에 있는 <백목련>을 보면서 적은 것이다.
이곳의 목련은 다른 목련이 다 지고 나면 늦게 서야 피고는 어느 목련보다 허느적 거리는 것 같다. 학교 교장선생님은 그 목련을 한참이나 검색하시더니 백목련이라 하셨다.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오후, 운동장 곁 팔각정에서 교장선생님과 목련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고목 같은 목련나무 곁가지에서 흐드러지게 핀 목련꽃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마치 하얀 소복을 입은 참한 여인네로 보였다.
그 여인은 속치마를 흩날리고, 햇살은 몸을 더듬거리고, 바람은 자꾸 하얀 저고리를 치켜 올리고 지랄 난리다. 봄바람이 분다. 지랄옘병 몸이 근질근질하다 천형이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을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슷한 기억들 언제까지나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
우리는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하여 세계평화의 진정한 봄을 기대 했다. 그러나 봄은 왔지만 아직 봄은 아니다.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지고 떠난 봄처럼 다시 봄은 오고 내 사랑 목련은 시대의 선구자로 피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