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병연 이학박사/시인. 국립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술연구교수
우리는 지금 코로나-19(COVID-19) 시대에 살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예전에는 역병이라 칭하였고 지금은 바이러스라 말한다.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전염 독성과 파괴력이 더욱 강해졌다. 그들도 빠르게 변화하는 지구 기후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일 것이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방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만이 고안된 것이 아니다. 고착 생활을 선택한 식물들도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그 좋은 예로 울창한 숲속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면 우거진 나무 이파리들이 빽빽이 하늘을 덮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더 자세히가지끝단(crown)을 잘 살펴보면 나뭇잎이 하늘 전체를 덮지 않고 일정 부분은 남겨둔 공간을 볼 수 있다. 가지 끝단과 끝단이 서로 부딪치지 않게 일정 간격으로 거리유지를 하면서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나무 학자들은 “수관기피” 현상이라 칭하였고 영어로는 “Crown Shyness”로 표현하여 과학용어를 기가 막히는 시어(詩語)로 표현하였다.
정말 울창한 숲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뭇가지와 나뭇가지 사이, 즉 수관 사이에서 수줍음을 느낄 수 있다, 닿을 듯 말 듯, 하지만 결코 닿지 않는 연인 간의 거리를 볼 수 있다. 이렇게 가지 간의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나무는 여러 잇점이 있다.
첫 번째는 광합성과 관련있다. 가지가 서로 엉겨 있으면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가지가 생긴다. 그 나무로서는 굉장한 손실이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나무 본 가지를 멋지게 키웠더니 어느날 다른 나무의 옆 가지가 와서 본 가지를 덮어버리면 본 가지는 광합성을 못해 잎이 떨어지고 결국 나무 줄기까지도 고사하게 된다. 그래서 나무들끼리 약속에 의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나무 가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서로 함께 몇백년을 살 수 있게 하였다.
둘째는 해충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균이 이 나무, 저 나무 옮기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나뭇가지가 서로 붙어 있으면 해충이나 바이러스가 쉽게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닿지 않고 살아가는 거리두기 전략을 펼쳐 병해충 피해를 최소화 하였다
셋째는 바람 불 때 나뭇가지가 서로 부딪치지 않아 잎과 가지가 상하지 않는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나뭇가지와 잎들간의 충돌에 의해 나무로서는 큰 피해를 입는 데 적당한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이를 방지할 수 있다
그밖에는 나뭇가지의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그 간격 사이로 햇빛이 투과되어 나무 아래에 이끼와 같은 지피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토양 수분 유지와 미생물 활성과 같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였다.
인간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지구에 살고 있으면서 움직이지 않고 고착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나무들의 생존 방법 중 하나는 수관기피, 즉 Crown Shyness이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빽빽이 무리지어 사는 나무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지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코토나 19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이 이루어져 있지 않은 현실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생존전략은 나무들의 사회적 거리두기인 수관기피 전략처럼 개인과 개인간의 거리 두기라 할 수 있다. 지구 땅에서 인간보다 훨씬 오랫동안 살아온 나무가 개발해 놓은 생존전략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