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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식의 詩 읽어 주는 남자 - 송정현 시인
와글와글
> 송정현 시인
봄 소리 아우성이여
봄바람 살랑살랑
맴이 싱숭생숭허네
봄 마실 가서 맛난 거 먹세
봄에는 도다리지
암만 자연산 도다리가 최고여
모르는 소리 마소
진짜가 어딨당가
구하기 어려운 것인디
다 양식이여
눈이 원쪽에 붙었는지 오른쪽에 붙었는지 잘 보소
옴마 모르겄네
고것이 고것이네
진짠가 가짠가 봐도 봐도 모르겄네
옴도다리면 어찌고 강도다리면 어찐가
요로코롬 쫀득쫀득 맛난디
암 생각 말고 취해보세
근디 그 말 들었는가
칠성이네 각시가 가짜라드만
오메 그런당가
옆 동네 각시랑 눈맞아서 살림 차렸다드만
고 각시가 그리 맛있다드만
그 맛에 꽉 붙들렸다지 뭐란가
오메 진짜 각시는 어쩐당가
함께한 세월은 어찐당가
불쌍도 허네
근디 어찔근가
세상만사 돌고 도는것인디
맴은 짠 혀도 연분이 아닌갑다 해야제
칠성이라고 맴 편하겄는가
다 지 팔자제
사람이 어데 조화 맹키로 죽어 있당가
생것들인겡 바람부는데로 요리조리 씨 뿌리는 거제
어데 봄 간다고 끝이당가
봄은 또 오잖은가
건배나 허세
다시 피고 지는 찰나를 위하여!
//////詩詩한 이야기
죽고 사는 일이 아니라면
> 우동식 시인
바느질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이 자기 공이 크다고 서로 다투는 내용으로 도구를 여성으로 설정하여 생김새나 쓰임새에 따른 거동을 적절하게 표현한 옛날 이규보의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같다. 규중의 일곱 벗 즉 바느질에 쓰이는 도구인 척부인(자), 교두각시(가위), 세요각시(바늘), 청홍각시(실), 감투할미(골무), 인화낭자(인두), 울낭자(다리미) 등이 자기가 없으면 옷을 어떻게 지을 수 있겠느냐고 공을 다투는 소리처럼 왁자지껄하다.
박지원의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의 강물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다.
화롯가에 둘러앉아서 한가롭게 주고받는 노변정담(爐邊情談)같다.
맴이 싱숭생숭하여 그냥 해 본 소리다. 시장바닥에서 호객 행위를 하고 흥정하는 것 같다. 시골 동리 우물가에서 아낙네들이 잡담하는 것 같다.
찜질방에서 계모임 하면서 농을 하고 소문을 생산해 내는 것 같다.
이 시의 본질은 삶이고 소소한 일상이다.
식당에서 도다리음식을 먹으면서 궁시렁 거리는 소리들이다.
자연산인지 양식인지 눈이 왼쪽에 붙었는지 오른쪽에 붙었는지 강도다리인지 옴도다리인지 칠성이 각시가 가짜라니 옆집 각시와 바람이 났느니 그 각시가 그렇게 맛있다느니, 와글와글하다.
그러나 이시는 살아있는 생물과 꽃피고 지는 찰나에 주목하고 있다.
그냥 툭툭 던지는 언어 속에 초연과 삶에 대한 달관의 경지가 들어있고 보헤미안 같은 자유로운 영혼을 꿈 꾼다.
삶과 생명의 고귀함에 견주어 볼 때 그렇게 집착하거나 대수로운 게 있겠는가?
규중칠우쟁론기의 소리에서도 제 역할과 소리의 분별력이 있고 일야구도하가에서 그 물소리도 마음에서 비롯됨을 깨닫듯이 시끄러운 세상의
소리에도 뼈가 있음을 느낀다.
이 시가 가볍게 가볍게 술술 풀어가지만 그 안에 흐르는 정서는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남북관계, 한일관계, 여야관계 등 시대는 언제나 시끌벅쩍하다.
그 요란한 언어들 속에 들어 있는 뼈대를 세우는 것은 언제나 독자의 몫이다. 죽고 사는 일이 아니면 달관하거나 관조하거나 호연지기하는 모습을 이 시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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