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우동식의 詩 읽어 주는 남자 - 송정현 시인

기사입력 2021.04.30 13:12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우동식의 詩 읽어 주는 남자  - 송정현 시인

     

    와글와글

     

     

    1.JPG

    > 송정현 시인

     

     

    봄 소리 아우성이여 

     

    봄바람 살랑살랑 

     

    맴이 싱숭생숭허네 

     

    봄 마실 가서 맛난 거 먹세

     

    봄에는 도다리지 

     

    암만 자연산 도다리가 최고여 

     

    모르는 소리 마소

     

    진짜가 어딨당가

     

    구하기 어려운 것인디

     

    다 양식이여

     

    눈이 원쪽에 붙었는지 오른쪽에 붙었는지 잘 보소

     

    옴마 모르겄네

     

    고것이 고것이네

     

    진짠가 가짠가 봐도 봐도 모르겄네

     

    옴도다리면 어찌고  강도다리면 어찐가

     

    요로코롬 쫀득쫀득 맛난디

     

    암 생각 말고 취해보세

     

    근디 그 말 들었는가

     

    칠성이네 각시가 가짜라드만

     

    오메 그런당가

     

    옆 동네 각시랑 눈맞아서 살림 차렸다드만

     

    고 각시가 그리 맛있다드만

     

    그 맛에 꽉 붙들렸다지 뭐란가 

     

    오메 진짜 각시는 어쩐당가

     

    함께한 세월은 어찐당가 

     

    불쌍도 허네 

     

    근디 어찔근가

     

    세상만사 돌고 도는것인디

     

    맴은 짠 혀도 연분이 아닌갑다 해야제

     

    칠성이라고 맴 편하겄는가 

     

    다 지 팔자제

     

    사람이 어데 조화 맹키로 죽어 있당가

     

    생것들인겡 바람부는데로 요리조리 씨 뿌리는 거제 

     

    어데 봄 간다고 끝이당가

     

    봄은 또 오잖은가 

     

    건배나 허세 

     

    다시 피고 지는 찰나를 위하여!

     

     

     

    //////詩詩한 이야기


    죽고 사는 일이 아니라면 



    ddddddd.JPG

    > 우동식 시인

     

     

    바느질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이 자기 공이 크다고 서로 다투는 내용으로 도구를 여성으로 설정하여 생김새나 쓰임새에 따른 거동을 적절하게 표현한 옛날 이규보의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같다. 규중의 일곱 벗 즉 바느질에 쓰이는 도구인 척부인(자), 교두각시(가위), 세요각시(바늘), 청홍각시(실), 감투할미(골무), 인화낭자(인두), 울낭자(다리미) 등이 자기가 없으면 옷을 어떻게 지을 수 있겠느냐고 공을  다투는 소리처럼 왁자지껄하다.


    박지원의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의 강물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다.

     

    화롯가에 둘러앉아서 한가롭게 주고받는 노변정담(爐邊情談)같다. 

     

    맴이 싱숭생숭하여 그냥 해 본 소리다. 시장바닥에서 호객 행위를 하고 흥정하는 것 같다. 시골 동리 우물가에서 아낙네들이 잡담하는 것 같다. 

     

    찜질방에서 계모임 하면서  농을 하고 소문을  생산해 내는 것 같다.  



    이 시의 본질은 삶이고 소소한 일상이다. 


    식당에서 도다리음식을 먹으면서 궁시렁 거리는 소리들이다. 


    자연산인지 양식인지 눈이 왼쪽에 붙었는지 오른쪽에 붙었는지 강도다리인지 옴도다리인지 칠성이 각시가 가짜라니 옆집 각시와 바람이 났느니 그 각시가 그렇게 맛있다느니, 와글와글하다.

     


    그러나 이시는  살아있는 생물과 꽃피고 지는 찰나에 주목하고 있다. 


    그냥 툭툭 던지는 언어 속에 초연과 삶에 대한 달관의 경지가 들어있고 보헤미안 같은 자유로운 영혼을 꿈 꾼다. 



    삶과 생명의 고귀함에 견주어 볼 때  그렇게 집착하거나 대수로운 게 있겠는가?   

     

    규중칠우쟁론기의 소리에서도 제 역할과 소리의 분별력이 있고 일야구도하가에서 그 물소리도 마음에서 비롯됨을 깨닫듯이 시끄러운 세상의 


    소리에도  뼈가 있음을 느낀다. 



    이 시가 가볍게 가볍게 술술 풀어가지만 그 안에 흐르는 정서는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남북관계, 한일관계, 여야관계 등 시대는 언제나 시끌벅쩍하다. 


    그 요란한 언어들 속에 들어 있는 뼈대를 세우는 것은 언제나 독자의 몫이다. 죽고 사는 일이 아니면 달관하거나 관조하거나 호연지기하는 모습을 이 시에서 볼 수 있다     


     

     

    20210430_02.jpg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