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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전지연 화가의 얼개와 자작나무와 나, 그리고 삶

기사입력 2021.02.1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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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의 순간, 그 길을 담담하게 걸을 수 있는 마음의 근육 키우는 중
    -내려놓는 연습, 비우는 연습, 때로는 마무리하는 연습
    -나무는 생존의 하나로 겹겹이 껍질을 쌓고 살기 위해 나이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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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연 화가

     

    자작나무는 눈보라 치는 만주를 지나 시베리아, 유럽 북부의 추운 지방을 선택하여 숲을 이루는 나무다.
    따뜻한 남쪽 나라를 마다하고 한대지방에 자신들의 숲을 이루어 30도 혹한을 이겨내는 처연해 보이던 자작나무가 전지연 화가의 작품 안에서 삶의 뒤안길 본다.


    “2007년부터 평면이던 추상에서 벗어나 얼개로 입체감을 주는 화법으로 새로운 변화를 했다. 다양한 변화를 하면서 얼개 위에 자작나무를 오브제로 연결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인생 여정이 성실했던 나무를 얼개 위에 올려 두고 언젠가는 맞이해야 하는 죽음조차도 의연하게 직면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을 화해의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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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연 화가(가운데) 박은경 아트디오션 갤러리 관장(우) 최향란여수일보 편집국장(우). 2월7일 아트디오션갤러리 전시중인 전지연 화가 인터뷰 사진

    전지연 화가는 평면이던 작품 세계에서 입체적인 매개체로 얼개를 끄집어 올렸다.
    생존하기 위해 잎을 버리고 겨울을 맞이하는 나무처럼 얼개를 통해 내려놓는 연습을 하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여유없이 치열하기만 했던 삶 대신 얼개와 얼개 사이로 기다림을 엿보는 여유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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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에서 전지연 화가가 전시중인 작품을 설명하는 사진

    “얼기설기 세워진 구조물은 인간의 강함과 약함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는 형상이다. 굵은 인생 가는 인생 등 인간의 다양한 삶을 얼개로 표현했다. 빈틈으로 빠져나가는 생도 있을 것이다. 그런 얼개를 삶으로 표현하며 가끔 비우며 살아야 하는 겸손을 배운다”

    전지연 화가는 시각적인 부분을 면과 다양한 색채를 이용해 평면이 입체감이 되어 나타나게 만든다. 
    화가가 세워둔 얼개와 얼개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큼직하고 넓은 얼개가 있고 언뜻 놓치는 작은 틈도 있다. 화가는 그 사이에 다양한 색을 넣어 계획된 사회적 거리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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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들이 스스로 살기 위하여 닿을 듯 말 듯 거리를 두고 자라서 하나의 숲을 이루는 공생의 삶을 보여주듯이 전지연 화가는 놓칠 듯 말 듯 틈새로 작가가 새겨둔 삶을 읽어나가는 재미를 배려했다.

    “다양한 색채 작업을 통해 나를 치유한다. 강렬한 색채는 단순해 보이는 얼개에 변화와 리듬감을 부여해준다. 특히 노란색은 화해의 색이고 치유의 색이다. 노란색을 많이 사용하면서 나 스스로 위안을 받는다. 내 작품을 감상하는 어느 누군가에게도 위안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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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나이테는 단순히 나이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다. 가을과 겨울에 자라지 못한 세포가 작고 두꺼운 벽을 가지고 여름에는 햇볕을 많이 받아 나무속까지 타서 나이테가 생기는 것이다. 결국 나무는 생존의 하나로 겹겹이 껍질을 쌓고 살기 위해 나이테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추운 지방일수록 나이테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절망의 순간, 그 길을 담담하게 걸을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중이다”

    전지연 화가는 사람들의 인생, 시간의 개념을 자작나무와 얼개를 통해 표현하면서 내려놓는 연습, 비우는 연습, 그리고 때로는 마무리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최향란기자. 사진 김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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