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6 (목)
▲최병용 위원장님
요즘 TV를 켜면 비상 계엄, 탄핵, 경제 위기 같은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뉴스만 한가득이다. 민생은 더욱 어려워지고 정치권은 대립만 거듭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고 느낄 수 있었던 건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을 걱정하고 그 슬픔을 보듬고자 했던 수많은 국민들의 따뜻한 나눔과 연대 덕분이었다.
제주항공 참사는 179명의 희생자와 수많은 유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유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고통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도와준 자원봉사자와 관계 공무원들에게 눈물로 감사를 전했다. 물론 그들의 아픔을 완전히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함께 울고 손을 잡으며 슬픔을 나눈 순간은 모두에게 큰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사고 현장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가 유가족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있었다. 환경 정화, 교통 안내와 같은 현장 활동뿐만 아니라 지치고 힘들어하는 유가족과 사고 수습을 위해 고생하는 경찰, 소방관 등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며 아픔을 함께 했다. 기업과 지자체가 긴급 물품을 지원하며 현장을 따뜻하게 만들었고 오지 못한 국민들은 전국의 분향소와 온라인 추모 공간을 통해 슬픔을 나누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전라남도의회도 사고대책지원단을 구성하여 유가족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경청하며 그 아픔을 나누고자 했다. 유가족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들을 파악하고 도 차원의 신속한 대응을 요청했다. 사고 수습 후 유가족의 안정적인 삶을 위한 지원 방안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우리를 움직이는 진정한 힘은 따뜻한 나눔과 연대라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나눔은 단순히 감동의 차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등과 같은 대형 사고를 계기로 촉발되는 나눔과 연대를 넘어 일상속에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최근 우리 지역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기부와 나눔의 참여가 줄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인해 골목상권은 물론이고 먹자골목의 상가들에서도 ‘임대’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영업자 4명 중 3명은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한다는 통계는 소상공인들이 겪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헌혈 인구와 연탄 기부가 크게 줄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기부와 사회공헌 플랫폼의 기부금 감소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도 크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감소를 넘어 사회적 연대의 약화를 의미해 더욱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방법은 있다. 디지털 기부 플랫폼을 활성화하여 누구나 나눔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 기업들이 상생 기부 캠페인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세제 혜택과 홍보 지원 등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기부자와 기부받는 이들 간의 소통을 통해 나눔의 의미를 확산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다.
나눔은 단순히 물질적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의 아픔을 돌아보고 함께 손을 맞잡는 따뜻한 마음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작은 정성과 관심이 모인다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지난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걱정하고 위로하며 희망을 키워왔다. 이제는 더 나아가 일상속에서 나눔과 연대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힘들수록 서로를 아끼고 돕는 나눔의 정신이야말로 이 세상을 조금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말의 온도가 더 높아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작은 희망의 불씨를 더하는 데 동참하길 바란다.
/전라남도의회 보건복지환경위원장 최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