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8 (화)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해 탄핵당한 윤석열 전직 대통령! 8대0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 소추가 받아들여졌다.
윤석열 탄핵을 외쳤던 시민감동 연구소 한창진 소장을 만나 소감과 시민운동의 방향을 들어본다.
질문1. 먼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한창진 : 파면 선고가 늦어져 하루하루가 힘들었는데 완벽하게 8:0으로 파면되어서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어 기쁩니다. 이 모든 것은 포기하지 않고, 인디언 기우제처럼 끈질기게 검찰독재정권 윤석열 파면을 외친 여수시민의 투쟁 결과입니다. 학생과 노동자, 시민단체가 응원봉이라는 새로운 촛불로 여러 정당과 함께 낮은 단계의 연대를 통해 빛의 혁명을 이뤘다는 것은 두고두고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될 것입니다.
여수에서는 탄핵은 커녕 퇴진도 꺼내기 힘든 지역 정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민참여 조직 여수촛불행동이 앞장서서 지역의 여러 단체와 함께 연대한 결과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권력도 섣부른 민주주의 탈취를 못하게 만든 국민주권시대가 열렸다고 봅니다.
바쁜 생업 속에서도 일상을 포기하고 꾸준히 서울과 지역 집회에 참가한 촛불시민과 말없이 후원금과 먹을 것 등을 보내 후원해주신 시민들 덕분입니다. 또, 새벽을 넘기면서까지 탄핵버스를 운행해주신 탄핵버스 기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질문2. 시민이 함께하는 여수촛불버스와 탄핵버스는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으며, 운영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한창진 : 여수촛불시민이 서울촛불집회에 참가한 것은 2022년 10월 15일입니다. 서울촛불집회는 2022년 8월 6일부터 시작하였고, 전국 첫 집중 토요일 촛불집회는 10월 15일부터 열렸습니다. 처음은 서울에서 연락이 와서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 아침 10시 망마경기장에서 20명이 촛불버스를 탔고, 순천에서 6명 정도 합류하였습니다. 또, 광양에서 모집한 촛불버스에 여수시민 15명이 함께 한 것이 최초입니다.
이때부터 매월 셋째주 토요일 전국집중촛불집회가 계속되었고, 11월 19일 여수 독자적으로 시민들을 공개 모집하여 촛불버스를 대절해서 집회를 참가한 것이 3년 가까이 매달 빠지지 않고 30회 넘게 운행했습니다. 그 사이에 10.29이태원참사가 발생하여 11월 12일 여수에서 처음으로 추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질문3. 시작할 당시 시민들의 참여와 반응은 어땠나요?
한창진: 촛불버스 운행에는 다른 지역처럼 정당 또는 시민단체가 주도해야 하는데 여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에 대한 시민합의가 없어 부득이하게 개인적 차원에서 SNS에 널리 알려 공개 모집해서 출발했었습니다.
다행히 참가비 5만원 부담에도 민주시민들이 버스 한 대를 채울 수 있었고, 참가자 대부분이 시민단체 활동을 하지 않은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버스 안에서 돌아가면서 말하는 참여 각오와 윤석열 퇴진 결의는 놀라울 정도로 대단하였습니다. 항상 참가자들은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등의 참여를 희망하였습니다.
여수 촛불버스는 서울 집회를 가기 전에 안중근 기념관, 유관순 기념관, 효창공원과 김구기념관, 민족문제연구소 등을 방문하여 참배와 함께 역사 학습을 하였습니다.
질문4. 여수촛불행동의 주요 활동과 성과는 무엇일까요?
한창진 : ‘여수촛불행동’ 깃발을 서울 한복판에 내걸고 용산 대통령실 등 서울 거리를 힘차게 행진하며 목청껏 외쳤습니다. 투쟁의 열기를 모아 2023년 4월 8일 여수에서 윤석열 퇴진 첫 촛불문화제를 열었습니다.
시민단체, 정당, 노동조합 등이 중심이 되어야 퇴진 열기를 오래 지속할 수 있어서 ‘촛불행동’, 또는 ‘시국회의’를 조직하려고 했지만 호응이 낮아서 성사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실망하지 않고, 서울 촛불버스 참가자들과 시민활동가들이 나서서 거리 서명과 온라인 서명을 통해 여수시민 1,476명이 참여했습니다. 드디어 2023년 4월 27일 오후 6시 여서동 문화의 거리에 200 여 시민들이 모여서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을 하였습니다.
이후 여수촛불행동은 30여 회가 넘는 서울집회 참가뿐만 아니라, 목요일 시내 곳곳에서 탄핵 홍보활동과 촛불문화제를 개최하였습니다. 촛불문화제는 여러 민중가수와 상록수밴드, 우도풍물굿보존회 등 음악인들의 도움으로 최근까지 월 1회 열렸습니다.
이것은 여수시민 중심으로 이뤄졌던 2016년, 2017년 박근혜 탄핵 촛불버스, 2019년 서초동과 여의도 촛불버스보다 더 조직적으로 3년 가까이 줄기차게 추진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2024년 6월 이후에는 지도부를 조직해서 활동하였습니다.
12.3 계엄 이후에는 여기에서 더 발전해서 여수의 시민사회와 정당, 노동단체가 모여서 '윤석열 탄핵과 내란죄 처벌을 위한 여수시민행동'으로 확대하여 흥국체육관 앞 도로에서 시국집회를 열었습니다. 여수촛불행동은 윤석열 탄핵 소추, 체포, 구속. 파면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전국적인 사안을 갖고 여수에서도 다른 단체와 연대해서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단단한 조직체계를 만든 것이 파면 국면에서 성과입니다.
질문5. 작은 행동 하나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민 운동들이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보이고, 다양한 변화도 있었습니다.
한창진 : 코로나 이후 급격하게 바뀐 디지털시대에 맞춰서 시민운동 역시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무조건 연대가 필요합니다. 시민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크고 작은 소모임을 만들고, 그 모임을 연결하는 시민단체가 정거장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민선자치 3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관료 중심 시정 운영이 이뤄지고 있어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을 보면 이제는 정당들도 적극적인 당원 참여가 파면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힘들이 당원 중심, 시민 중심 정치 활동을 하고 있어 시민단체 활동 영역이 많이 축소될 것으로 봅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의 다양한 요구를 모아서 함께 해결하는 방식으로 회원들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하면 회원 중심 시민운동이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대의 정치 한계를 극복하면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2026년 지방선거가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질문6. 한창진의 여수역사달력, 여수의 역사와 시민운동이 기록되어 있어 소중한 유산이 되는 것 같아요.
한창진 : 여수역사달력 발행은 여수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기록되고 역사로 남는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인식시켜 주었습니다. 앞으로 어느 기관과 단체, 기업, 개인들이 함부로 시민과 역사를 무시하는 행동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처음은 종이 달력에 모두 기록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카페 기록을 병행하고 있어서 빠져나가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사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것은 핵심내용입니다. 또 다른 시민운동이라는 차원에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역사달력을 발행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느낍니다.
앞으로 여수에도 ‘역사기록관’이 만들어져 많은 문헌, 자료, 사진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디지털과 종이로 저장하여 여수의 역사를 만들고, 여수의 정체성을 지키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 일만 역사가 아니고, 아픈 역사도 여수의 자산입니다. 지난 8년 동안 매년 2천권의 여수역사달력을 구입해주신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정성껏 기록을 남기겠습니다.
/김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