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31 (토)

산단 위기 틈타 여수산단 ‘최저입찰’ 부활 움직임… 노동자 구조조정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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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위기 틈타 여수산단 ‘최저입찰’ 부활 움직임… 노동자 구조조정 신호탄인가

-LG화학사내하청지회, ‘하청 구조조정 노림수’, 롯데케미칼 등도 추진, 고용승계 외면

-LG화학사내하청지회, ‘하청 구조조정 노림수’, 롯데케미칼 등도 추진, 고용승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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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산업위기를 틈타 도급계약 방식에서 한동안 중단됐던 ‘최저입찰제’를 다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하청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초래할 수 있는 ‘해고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LG화학사내하청지회(지회장 최진만)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화학이 최근 새로운 도급업체 선정 과정에서 몇 년간 폐지했던 최저입찰제를 부활시켰다”며 “이는 사람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의 서막”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입찰제는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에 계약을 맡기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원청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는 있으나, 그 이면에는 인건비 절감을 위한 무리한 노동강도 강화와 인력 감축, 그리고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하청노동자들이 직면하는 불안정 고용, 임금 하락, 고용승계 거부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지회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 참여한 11개 도급업체 중 일부는 기존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찰 참여 업체들이 노동자에게 ‘기존 인력을 꼭 채용할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있으며, LG화학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며 “사실상 고용승계를 하지 말라는 무언의 지시가 내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여수산단에서는 2019년 남해화학 사내하청 해고 사태를 계기로 최저입찰제를 폐지하고 수의계약 방식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해왔다.


그러나 최근 석유화학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와 중국발 과잉 공급 등으로 위기를 맞자, 원청 기업들이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 인건비 절감을 위한 최저입찰제를 슬그머니 부활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LG화학 외에도 롯데케미칼 등 여수산단 내 다른 대기업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도급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지회장은 “롯데케미칼 역시 두 개 도급업체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최저입찰 방식으로 계약을 추진했고, 기존 노동자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은 이러한 방식이 전체 여수산단 하청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으며, 산업위기를 빌미로 한 ‘하청 구조조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LG화학은 올해 초 성과급까지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위기를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결국 피해는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하청노동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라남도는 여수산단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현장 실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 속에서도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지역경제와 노동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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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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