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ㅡ 구스타프 클림트
> 신병은 시인
귓불을 스친 그 바람이 수상하다
모둠발로 엿보던 그 눈길이 수상하다
허리춤 휘감아오던 그 손길이 수상하다
고 생각하는 순간,
와락 디밀고 들어온 그대 아니던가요
그때 그대도 물길로 열렸을까요
함께 출렁였을까요
아릿한 현기증이 수상하다
식물성 풀벌레소리가 수상하다
상큼 발랄한 바람의 화법이 수상하다
고 생각하는 순간,
마구 아찔한 유혹에 젖던 그대 아니던가요
그때 그대도 꽃이었을까요
함께 고요했을까요
적막하다고
그립다고
혼자말로 운을 떼었을 뿐인데
불쑥 한발 침묵의 깊이로 디밀었던 당신
그날, 온통 꽃이었지요
-제5회 한국문학인상 수상 작품-
* 詩詩한 이야기 *
>우동식시인
- 그 나름의 삶이 들어 있는 시와 그림
이 작품은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올해 제5회 한국문학인상 수상 작품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라는 작품이 모티브가 되어 신선하고 발랄한 상상력과 함께 설렘과 그리움이 짙게 배여 나오는 시이다.
시인은 30년의 시 경력과 한국문단의 중견 문학인 일뿐 아니라 그동안 많은 미술 평론을 했고 이번에 <미술평론집>을 출판 할 정도로 미술평론에도 조예가 깊다.
그림을 읽어 내는 시인의 눈빛은 그윽하고 깊으며 본질을 향한다. 예술행위라는 것이 위대한 창조 활동을 통해 결국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노력이라면 시와 일맥상통 한다. 미술 감상은 인간 읽기이고 인간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다.
잭슨 폴록이 한 말처럼 ‘그림은 그 나름의 삶이 있다’ 클림트는 여자를 육체적 사랑과 플라토닉 사랑의 상대로 이분법적으로 대한 분열적인 사람이었다. 클림트의 여인 중 전자를 대표 하는 이가 치머만이고 후자를 대표하는 이가 에밀리 플뢰게였다고 한다.
이 그림 ‘키스’는 그의 운명의 연인인 에밀리 플뢰계라고 한다.
관능적인 여성 모티브와 유려한 선, 경멸을 담은 듯한, 무심한 듯한 표정을 한 팜므 파탈의 이미지, 화려한 색채와 장식적이고 기하학적인 장식 모티프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들은 상징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로 관람객들을 매혹 시켰다.
클림트의 작품 키스는 꽃이 잔뜩 핀 벼랑위에 남녀가 서로 껴안고 있다.
그 바람, 그 눈길, 그 손길이 수상하다. 남자는 여자의 뺨에 입맞춤을 하고 여자는 그 감흥에 몰입해 있다, 고 생각하는 순간, 와락 디밀고 와 물길이 열렸고 출렁거렸다.
여자의 손가락이 말려들어 가는 모습에 그 감흥의 정도를 짐작 할 수 있다.
짜릿하고 달콤한 첫 키스를 경험하는 황홀한 순간 현기증이 일고 풀벌레소리가 자지르지게 들렸고 바람의 교태로 읽혔다. 고 생각하는 순간, 아찔한 유혹과 침묵의 깊이로 불쑥 꽃이 피었다. 클림트의 벼랑 위의 사랑이 황금 꽃밭이요. 꽃으로 피어난다.
직사각형 패턴의 남성성의 의상도 원형패턴의 여성성의 의상도 금빛 찬란한 하나로 화해되어 경계나 구별이 사라지고 단단하게 결합 되어 있는 모양이다. 이 시에서 ‘그날’ 이라는 한 단어가 그림과 시, 상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 가 만나는 교묘한 지점이다.
분해와 해체 그리고 아슬아슬한 설레임으로 재구성한 신(神)적 경지의 작품으로 보인다.
클림트의 그림 해석을 통해 시를 창작하고 있고 시를 통해 새로운 그림을 형상화하고 있다.
클림트는 플라토닉의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을 이 그림에 담았고 그 그림을 확장하고 상상력을 더해 이 시는 표현 해 주고 있다.
상상력을 잘 다스려서 기묘한 것을 만나게 되면 그 정신은 사물과 함께 노닐게 되는 모습이다. 그 앞에서 경계는 무장 해제 되고 풀리게 되며 온통 꽃으로 피어날 뿐이다.
‘숨이 홀딱 넘어 갈 뻔한 키스’가 그립다.
우동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