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목)
-삶의 궤적이 스민 오래된 물건들이 건네는 조금은 소심한 위로!
소설가 은희경이 12년만에 신작 산문집을 출간했는데 ‘산문’이라는 장르에 데뷔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채널 예스’에서 연재한 ‘은희경의 물건들’ 원고를 매만져 엮은 것으로 술잔, 감자 칼, 구둣주걱, 우산, 달력, 목걸이 등 효율과 상관없이 그 물건들과 함께 한 시간과 거기에 스민 삶의 궤적의 여운으로 쉽게 버릴 수 없는 물건들에 대한 24편의 산문과 직접 찍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곳곳에 인용된 그 물건들은 비싸거나 희귀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고 그것이 자신이 부족했던 모습, 변하고 성장하며 통과한 추억을 담고 있기에 이 물건들과 작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은희경 작가의 항변에서 어쩌면 이런저런 이유로 물건들을 내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들이 겹쳐와서 반가운 공감이 생겨나는 지점이 있다.
‘또 못 버린 물건들’의 구성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겸하는 이야기 두 편을 포함 은희경 작가의 물건에 대한 24개의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기에 소개되는 물건들이 은희경의 어느 작품에 등장하는지 알아맞히는 재미도 눈 밝은 은희경의 전작주의자들에게는 더 특별할 것 같다.
작가는 ‘또’ 버리려다 못 버린 지나간 시간들이 결국 미래의 나를 상상하게 하고 그런 순간 다시 한번 펼쳐 소심한 위로가 되리라는 궁리를 했다고 한다.
-오래된 물건들 앞에서 생각한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변해서 내가 되었구나. 누구나 매일 그럴 것이다. 물건들의 시간과 함께하며.-
<내 물건들이 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본문 11쪽 발췌
주명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