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5 (화)
-카본을 출하, 포장하는 작업을 하면 분진에 그대로 노출되어 온몸이 까맣게 되고, 직간접적으로 흡입
여수시민 여러분!
저희는 인도의 다국적기업인 비를라카본코리아 여수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비를라카본코리아는 타이어나 터너등에 들어가는 까만 카본을 만드는 회사이며, 저희는 이곳에서 출하 포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까만 카본을 출하, 포장하는 작업을 하면 분진에 그대로 노출되어 온몸이 까맣게 되고, 직간접적으로 흡입하고 있습니다. 몇일만 일해도 새하얀 신발이 까만색의 신발로 변하고, 분진흡입은 언제든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는 21세기인데 비를라카본코리아의 근로조건은 19세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여수시민여러분!
여수국가산단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대비 30% ~ 40%의 임금을 받고,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는 조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 30%정도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의 급여가 상대적으로 더 낮은 이유는 2012년부터 매년 최저시급이 결정되면 상여금을 기본급에 녹여 인상효과를 막아온 결과입니다.
근무형태는 상대적으로 더 열악합니다. 쉬는날 없이 돌아가는 3조3교대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말이 3조3교대이지 정상적으로 교대근무를 진행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원청의 주문량에 따라 맞교대(12시간)가 되었다가, 16시간 계속근무를 하는 등 원청의 입맛에 따라 근무를 하다 보니 약속도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은 그림에 떡입니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니 한 달 10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가 기본이 되고 있으며, 과로사로 죽지 않을까 걱정될 지경입니다.
카본을 포장, 출하하는 일을 담당하는 저희 하청노동자들은 항상 까만 분진을 뒤집어쓰고 흡입할 수밖에 없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일회용 방진복을 일주일동안 입게 하여 방진복을 빨아서 다시 입고 있으며, 일회용 장갑도 빨아서 재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비를라카본코리아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임금구조를 저희 스스로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하였습니다.
저희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참다 참다 이렇게 일하다가는 과로사로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제대로 된 임금을 보장받기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였습니다.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교섭을 진행하던 도중 원청은 하청업체를 바꾸었고, 우리는 3개월 동안 진행했던 교섭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대화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새로운 업체와 장장 7개월간 단체교섭을 진행했고 단체협약의 많은 부분을 합의했지만 가장 중요한 임금인상에 대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임금인상이 가장 시급하기에 저희는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는 쟁의행위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비를라카본코리아가 저희의 요구를 수용하여, 임금이 인상되고 근로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여수시민 여러분!
비를라카본코리아가 현장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카본공장의 특성에 맞게, 어려운 업무의 특성에 맞게 임금으로 대폭 인상해야합니다. 그래야 들어오지 않는 신입사원들이 들어 올 수 있고, 신입사원이 들어와야 살인적인 초과 근무를 줄이고, 정상적인 근무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비를라카본코리아가 저희들의 요구조건을 수용할 때까지 사즉생의 각오로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더 이상 비를라카본코리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과로사로 내몰지 못하도록 회초리를 들어주시고, 저희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임금인상 투쟁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 주셔서 사회 정의를 실현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비를라카본코리아사내하청지회 조합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