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목)

우동식의 詩 읽어주는 남자-최향란시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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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동식의 詩 읽어주는 남자-최향란시인 편

-최향란 시인의 '갈치에게'
-'별이 빛나는 밤에' 작품과 반 고흐의 생을 반추하고 유추하는 작가의 상상력

-최향란 시인의 '갈치에게'

-'별이 빛나는 밤에' 작품과 반 고흐의 생을 반추하고 유추하는 작가의 상상력

 

 

갈치에게

 

최향란시인.jpg

 

                                                                                  최향란
                                                                        

 
은빛이란 잠시 고흐의 꿈을 꾸는 것

죽음 앞둔 너는
팽팽히 당겨진 릴 끝에서 날카로운 아가리 벌렸다
바다를 떠나는 깊은 밤
은빛가루 온몸으로 토해냈을 것이다

이렇게 멀리 떠나와 있어도
꼬리까지 비릿한 바다
푸른 바다 헤쳐 나가던 긴 등지느러미가
각자의 하늘로 흩어졌다

별이 빛나는 밤에
눈에 보이는 것만 그렸다는 고흐

아무도 사가지 않았던 화가의 가난과
행방불명된 반짝이던 어느 해 가을과
흩어진 네 등지느러미까지

또 다른 별이 되는 것이라고 웅얼거리며
끝까지 아가리 벌리고 있다
 
 
///詩 읽어 주는 남자
 

“별이 빛나는 밤에” 작품과 반 고흐의 생을 반추하고 유추하는 작가의 상상력
 

[크기변환]우동식시인2.jpg
>우동식 시인

 

시인은 아마도 거문도 앞 바다에 출조(出釣)하여 야간 갈치 낚시를 경험 해 본 것 같다.
불빛을 좋아하는 갈치의 특성은 캄캄한 밤 집어등을 켜면 모여들기 시작 한다. 보름달이 뜨면 갈치들이 모여들지 않고 분산되기 때문에 강태공들은 그믐 밤 깊은 어두움에서 낚시를 한다. 
4지 5지 되는 은빛 갈치들이 낚시 미끼에 걸려 은빛 비늘을 털며 허공으로 올라오는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황홀하다. 번쩍이는 칼날 같기도 하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빛의 예술로 보이기도 한다.

시인은 또 어디쯤 낚시를 갔는데 갈치 낚시 보다 거문도 바다의 하늘에 매료 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도회지에서 경험 하지 못한 수 없이 박혀있는 초롱초롱한 별들이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 위치에서 달빛과 어울려 꿈틀거렸는지 모른다. 하늘에서 뿐만 아니라 거울같이 맑은 바다에 투영되어 바다인지 하늘인지 분간되지 않게 온 우주가 별천지였을 것이다.
이쯤 되면 강태공이 아니라 별태공이 되어 별을 낚아 올리며 별나라를 헤엄 쳤을 것이다.

‘푸른 바다 헤쳐 나가던 긴 등지느러미가 각자의 하늘로 흩어져’ 별이 되었을 것이고 
‘끝까지 아가리 벌리고’ ‘별이 되는 것이라고 응얼거렸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시인은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작품을 생각하게 되고 그의 일생을 되새기게 된다.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무척 좋아했다. 항상 현실의 사물에 밀착하는 화가였지만, 이 작품은 생레미의 요양원 유리창에서 비친 풍경을 바라보다 평소 사랑했던 밤하늘을 상상하며 그린 작품으로 전체 작품이 어둠과 빛의 조화요. 특유의 살아서 꿈틀거리는 아라베스크 무늬 모습이다.
파란하늘, 소용돌이치는 구름, 달과 별 둘레에 뿌연 달무리, 사이프러스 나무 등의 소재를 출렁대는 곡선 모양으로 그렸는데 마치 갈치 떼가 은빛날개로 포물선을 그리며 유영하는 것 같고 꼬리를 치며 팔랑팔랑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 같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은 더 시적이고 우아 하다.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 “별에 다다르기 위해 죽는다.”생전에 반 고흐가 자주했던 말이다.
오랜 우회(迂廻)의 길을 걷다가 27세가 되던 1880년에야 화가의 길에 들어 37년의 짧은 삶을 산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불과 10년의 작품 생활 끝에 회화사(繪畵史)를 빛내는 숱한 명작을 남기고 별이 되어 미술사에 반짝인다.

시인은 은빛갈치의 날카로운 아가리가 릴 끝에 끌려오는 것을 보며 생의 이별(離別)마져 
이제는 별이 되는 것이라고 갈치에게 아름다운 언사를 구사한다.
하늘의 별로 환생하는 조사(弔辭)같은 그의 언어는 너무 맑고 명징하다.
갈치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 작품과 반 고흐의 생을 반추하고 유추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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