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목)

신병은의 문화예술칼럼 - 금보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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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병은의 문화예술칼럼 - 금보성작가

-40년째 한글회화의 확장과 변용을 거듭해온 작가, 금보성

-40년째 한글회화의 확장과 변용을 거듭해온 작가, 금보성
 

[크기변환]'그림 내 마음대로 읽기' 펴낸, 신병은 시인2.jpg

신병은(시인)
 
금보성 작가는 나에게는 화가로서 보다는 시인으로 더 낯익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96년쯤으로 기억된다. 그때만 하더라도 그는 30대 초반의 멋진 문학청년이었고 나는 40대 초반의 장년이었다. 당시에 내가 알기로 그는 백제인이라는 필명의 시인이었으며 목회자였다. 나이를 떠나 함께 문학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든든한 후배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그가 80년대에 이미 서울에서 개인전을 두 차례나 가진 화가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홀연히 다시 여수를 떠났고 수년이 지나서야 내가 회장으로 있는 예총사무실에 들러 작품 한 점과 카탈로그를 두고 간 그 무렵에 평창동에서 아트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었고 조만간 김흥수 미술관을 인수하여 미술관을 개관할 것이라는 것 등의 근황을 알 수 있었다.
그는 2011년에 서울 평창동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그로리치 화랑을 인수했다. 그로리치 화랑은 70년대 비구상 전문 상업 화랑으로 우리나라 미술사에 중요한 한 곳이다. 평창동 그로리치 화랑의 터는 남관 선생님. 조각가 임옥상 씨의 작업실로도 유명하다. 그로리치 화랑 인수 후 상호를 지역 이름인 <갤러리 평창동>으로 개관 후 경영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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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따라다니는 수사는 많다. 시인, 목회자, 문학단체 및 문학지 후원자, 한글회화 작가, 금보성 아트센터 관장, 금보성아트센터 한국작가상 운영위원장 등 한국미술계의 중심에서 엄청난 에너지로 시와 회화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특히 금보성아트센터와 한국미술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한국작가상은 65세 이상의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으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화단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작가를 대상으로 선정하여 1억원의 창작지원금이 주어지는 특별한 상이다.
2년마다 시상하는 한국작가상 수상자는 응모한 100여명을 1차, 2차의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정되며 수상자에게는 창작지원금과 함께 3개월간의 대규모 초대전과 작가의 평론공모, 전시작품 사진 공모전도 함께 개최된다. 최종 작가가 선정하면 10여명의 평론가들이 후보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실사를 거친다. 기본적으로 5000점 이상 되어야한다. 
 

사실, 한국작가상 공모전은 총 2억8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1억은 작가에게 지급되고 나머지는 전시비와 평론집 제작에 투입된다. 1회 유휴열 평론집은 총 40여명의 인사들이 작품에 대한 평을 썼다. 평론비만 1인당 100만원으로 4000만원이다. 미술평론가뿐만 아니라 철학자 시인 법조인 목사 교수 등에 의뢰해 글을 받았다. 한 명의 작가를 이렇게 많은 사람이 글을 쓴 평론집은 처음일 것이다. 국내 모든 잡지에도 광고를 한다.
1회 선정 작가는 전주 모악산 기슭에서 작업하는 유휴열(70)화백. 58여년간 작업에 매진하며 한국미에 천착해온 내공이 인정받는 순간이었고, 지역작가로만 알려진 '유휴열' 이름 석자를 미술판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2018년 2회 '한국작가상'에 이흥덕 작가가 선정되었고 똑같은 대우로 전시도 하고 평론집까지 받았다.
1억 상금 말고도, 창작지원금 3500만원이 주어지는 올해의 창작상 등 청년작가 지원뿐만 아니라, 전봉건 문학상 등 총 10개의 상금을 지원한다. 5년째 숙박을 제공하는 해외평론가 세미나도 열고 있다. 특히 창작상은 아트센터에서 전시한 작가 중 두 작가를 선정하여 3500만 원씩 지급하는데 작가들에게 끊임없는 열정과 실험정신으로 작업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예산을 그림을 팔아 충당한다고 한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그는 40년째 한글회화의 확장과 변용을 거듭해온 작가다.
‘한글’하면 금보성작가가 떠오를 만큼 ‘한글’은 그의 고유명사로 자리하고 있다. 한글의 조형성과 한글의 창제정신인 자주, 애민, 실용, 창조 정신을 밑자리로 두고 작업을 한지 36년째다.
그의 한글은 문자로서가 아니라 정신문화의 조형언어로 자리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글의 세계화를 조형언어로 풀어 널리 전파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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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문자에 대한 집념과 창제정신을 밑작업으로 하고 있다. 창제정신인 자주, 애민, 실용, 창조를 들여다보면 사화과학, 자연과학, 인문학이 잘 반영되어 있는 시대를 관통하는 창작임을 알 수 있다.
금보성의 한글회화는 이점에서 주목을 끈다.
음성기관의 모양을 본뜬 상형의 원리. 양성과 중성, 음성의 성리학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지사의 원리를 통해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융합하고 통섭한 결과물이 한글임을 알 수 있다.
융합과 통섭의 의미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정신을 공유하는 창조법이 된다.
이러한 창제원리를 조형법으로 적용한다.
그의 조형적 기본자리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다. 
그리고 자음과 모음을 순간의 느낌으로 자유롭고 다양하게 변형하고 배열하는 구성법을 적용한다. 자음과 모음을 기본단위로 정물, 인물은 물론 정신적 지문까지 아우러는 인문학적 풍경을 그려낸다. 뿐만아니라 평면작업에서 스칠로폰을 활용한 입체조형까지 경계를 확장하고 변용하는가 하면.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며 한글조형의 영역을 기하학적으로 확장시키면서 그만의 색채이미지로 풀어낸다.
 

그의 한글회화는 일찍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한 결과로서의 오브제다.
특히 그는 한글을 통하여 한국인의 문화 감성을 깨우고자 노력한다. 그에게 한글은 단지 조형적 오브제가 아니라 한국의 정신이지고 문화지문임을 자각하고 있다.
21세기 ‘퓨전주의’와 접목하여 한글조형의 동적인 아름다움을 그렸으며 정서적 풍경보다는 ‘한국인의 정신’을 그려낸 작품으로 평을 받고 있는 그래서 그는 “나에게 한글은 종교 이상이다"라고 말한다.
 
흔히들 미술이 작가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작가나 작품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만의 시선과 안목이 작품화 된 것이다.
이점에서 보면 그의 작업의 근저는 한글을 바라보는 시선일 것이다.
깊고 넓은 세종의 통찰력이 금보성의 한글 회화의 철학이 된다.
세종의 그 위대한 숨결이 어떻게 오늘날까지 기호학적 의미로 이어져 오는지를 보여주려 한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캔버스에 유영하는 조형을 통해서 의미를 시각화하고 있다. 의미를 한글 자모의 기호학으로 풀어 조형공간에서 입체조형으로 자연스럽게 서로 의지하고 포개어져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게 한다.
이렇게 보면 시대의 관성에서 벗어난 분석과 통찰, 해체와 융합으로 한글을 재창조하는 큰 작업이다. 인간, 자연, 역사, 예술, 사회, 철학이 어떻게 한글을 통해서 서로 만나 새롭게 창조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시를 쓰다 보니 시에 색을 올리면 그림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미술학원도 다니지 않았고, 누구에게 그림을 배워본 적도 없다. 한글을 풀어 퍼즐처럼 만들고 색을 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상, 비구상으로 변했다. 그렇게 한글 시리즈는 윷놀이, 아리랑 시리즈로 진화했고 '한글 작가'가 됐다.’
- <금보성 작가의 뉴시스 인텨뷰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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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한글회화는 구상과 비구상, 공공미술까지 확장된다.
그의 한글 시리즈는 윷놀이, 아리랑, 테트라포드(테트라포드:지켜주다 보호하다 안전하다) 등으로 진화되고 확장된다. 그것은 평면에서 입체로, 평면과 입체의 융합으로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노마드적 기질에서 비롯된다. 뿐만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방파제’로 변용된다. 즉 테트라포드는
사이시옷의 메타포,  관계의 미학, 하나와 여럿의 관계, 뭍과 바다, 포용과 수용의 관계성에 주목하는 작업이다. 한글의 사이시옷을 형상화한 작품이라 한다. 여기에도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관계성과 통섭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이시옷의 역할을 갖는다는 것 또한 그가 조형의도와 일치한다.  뭍과 바다를 매개하고 통섭하면서 독자적인 의미를 개척하고 있다.
그의 테트라포드는 관계의 미학으로서의 고유명사가 된다.
그는 테트라포드로 2015-2017년 청주국제공예 아트 페어에서 특별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이런 일련의 활동을 통해 작가로서 아트센터 관장으로서 대한민국 미술계의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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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한글 조형은 낱 생명과 온 생명의 관계미학으로도 이해된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세포인 낱생명이라는 것, 그중에 하나라도 훼손되고 병들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 등의 내포적 의미로 두고 있다. 그래서  한글을 통해 우주라는 공간과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바라본다.
그에게 한글 즉 언어는 사회과학이면서 자연과학이고, 결국 인문학으로 소통하는 길이다.
이것이 그의 한글 회화가 갖는 포즈가 된다.
 
‘그의 작업은 두 개의 프로젝트에 호응한다. 첫 번째는 한글의 중심에 존재하는 힘과 에너지를 드러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바로 어떻게 이 힘과 에너지가 한국인의 영혼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구성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
미학적인 측면과 상징적 측면의 조화가 가능한 조형적인 세계를 발전시킬 가장 확실한 방법을 그는 한글을 구성하는 글자들 속에서 찾아냈다. 사실, 가끔은 복잡하기도 하지만 각각의 글자는 보통 단순하다. 그러나 다른 글자와 합해져 의미를 갖는 단위가 되면서 글자는 하나의 집과 같은 구조를 갖춘다.’   
 - 장루이 <금보성 작품에 대한 단상>
 
지금 금보성 아트센터는 대한민국 미술작가뿐만이 아니라 문학, 음악 등의 예술인의 소통의 공간으로 100여 평에 4개의 전시공간과 창작레지던시 공간을 갖고 있다.
연간 천여 명의 작가 초대전을 개최할 만큼 식을 줄 모르는 열정적 운영으로 대한민국 작가들 사이에 주목받는 아트센터로 자리 잡았다.
아트센터는 나이와 학력, 종교, 국가와 장르에 구애됨이 없이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초대받은 작가들은 미술계에 특별한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 이미 미술대학 졸업반에서는 금보성아트센터 전시는 성공하는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알려졌다.
작업과 경영은 전혀 다른 길이지만 스스로 몸을 낮추어 낮아지는 것과 기도하면서 소통과 공유를 실천하고 있다.
이제 그는 한글 회화 북한전시회 개최를 꿈꾼다.
그가 꿈꾸는 북한전시회는 한글의 명칭이 지닌 뜻처럼 큰 글과 큰마음을 가진 민족의 위대한 정신문화이므로 냉전을 극복하는 하나의 작은 불씨로 혹은 밑거름으로 자리할 것이 분명하다.
그가 꿈꾸는 한글회화의 세계화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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