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목)
<우동식 詩 읽는 남자>
혈녀(血女), 윤형숙을 기리며
>주명숙 시인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안긴 채
고향 벌 굽어보는 숨결을 만난다
남도 땅 화양면 창무
폐차장을 지나고 마을 초입 얕은 비탈을 올라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
비문에 새겨진 간절한 외침을 읽는다
그 날, 독립의 열망으로
땅이 끓고 바다가 동 하였다던가
상복치마를 뜯어 만들었다는 태극기 들었을 때
흰 저고리 앞섶 서럽도록 뜨거웠으리라
열아홉 소녀가 굴하지 않고 갈망했던 독립의 함성!
일본 군도에 잘려나간 왼 팔이 움켜쥐고 있던 건
훗날 조국의 미래였을지도 모른다
백년을 걸어 이제 항일열사라고 불리우지만
누가 있어 이 서러운 혼을 품을까
혈녀(血女) 라는 이름으로
외눈박이라는 이름으로
남도의 유관순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당신
그 이름 이제 역사가 되었노라고
마음을 얹어 놓고 비문 옆에 나란히 앉아보는데
왜놈들 물러가라!
토착왜구들 썩 물러가라!
너른 들판 우렁우렁 울리는 함성 다시, 뜨겁다
*詩詩한 이야기 *
-이제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로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에 /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리고 철판을 펴자 / 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 /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가자 ”- 새 나라 송(頌)중에서, 김기림
올해는 3.1운동 100주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이고 8.15광복 74주년 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며, 독도 영유권 주장,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망언들, 강제노역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나 사과 또는 보상 없이 이번에는 또 경제적 보복 조치까지 자행 하면서 일본의 우경화 된 정치 지도자와 그들을 추종하는 일부 극우세력들의 몰염치하고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의 태도에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동안 임시정부를 비롯하여 숱한 독립군 및 광복군과 만 백성이 투쟁과 피 흘린 역사의 댓가로 독립을 쟁취한 것이지 거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일본은 패망 했고 우리는 독립을 쟁취 하였다.
그 백성 중 윤형숙 열사는 남도지역의 유관순이라 불리며 여수지역의 대표적인 여성 독립운동가이다. 윤형숙 열사는 화양면 창무리에서 출생 하였고, 광주 수피아여학교에 재학 중이던 1919년 3월10일 광주 불로동 광주천변에서 장날 시위대의 선두에서 시위를 주도하다가 일본 헌병의 군도에 의하여 왼팔이 잘리고도 오른팔로 태극기를 흔들면서 만세운동을 하였고 저항하였다. 결국 체포 되어 옥고를 치렀고, 와중에 오른쪽 눈이 실명되고 그 후유증으로 왼쪽 눈까지 실명 되었으며 6,25 당시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목사와 함께 인민군에게 학살당했다.
윤열사의 묘 비문에는 “왜적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왼팔과 오른 눈도 잃었노라 일본은 망하고 해방되었으나 남북 좌우익으로 갈라져 인민군의 총에 맞아 간다마는 나의조국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고 적혀있다.
이때 태극기를 제작했던 광목천은 고종황제 국장(國葬) 때 입었던 상복 치마를 수거 했다고 한다. 국권 상실과 나라의 아버지를 잃은 비분강개(悲憤慷慨) 함이 태극기 물결로 승화된 것이다. 주명숙 시인의 시편이 윤형숙 열사의 독립운동 사실을 잘 묘사 한 것처럼 ‘땅이 끓고 바다가 동하였을’ 것이다. ‘흰 저고리 앞섶 서럽도록 뜨거웠을’것이다. 19세 열사가 품고 있던 것은 ‘훗날 조국의 미래였을 것’이다.
우리는 독립을 하고 광복이 되었지만 친일 앞잡이 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진정한 애국지사들과 그 후손들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예우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아직도 그 친일 후손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큰 소리치며,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하여 인면수심(人面獸心)이다. 시인이 말하는 친일파이며 토착 왜구라 할 수 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민족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민족자존의 주권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 해야 할 것이다.
‘왜놈들 이 땅에서 썩 물러가라, ’우렁우렁 울리는 함성 다시, 뜨겁다‘
일본은 역사 앞에 진정한 반성과 사과, 보상을 통해 상생과 평화의 길, 진정한 이웃의 길로 돌아서기를 추구하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진다,
우동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