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1 (금)
-농협, 국내 무기질비료 구매 97% 점유…입찰시 원가 이하로 낙찰
-비료업체 적자 감수하고 입찰 참여…5년 누적 2,200억대 적자
-'농협,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 남용, 공정거래법위반…“시정 필요”
> 국회 농해수위 주철현 국회의원(민주당, 전남 여수시갑)
국내 무기질비료의 97%를 독점구매하는 농협(경제지주)이 시장재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해 생산원가의 절반 정도에 비료를 구매해, 비료생산업체의 적자가 누적되고, 공정거래법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농해수위 주철현 국회의원(민주당, 전남 여수시갑)에 따르면, 주 의원은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농협경제지주가 계통구매 방식으로 무기질 비료를 구매하면서, 생산원가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가격으로 비료를 납품받는 것에 대해,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농협경제지주는 매년 가을 지역농협을 통해 이듬해 무기질 비료 구매에 대한 수요조사 후, 그해 연말 국내 7개 비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최저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계통구매를 통해 무기질 비료를 구매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의 계통구매를 통한 무기질비료 구매는 국내 무기질비료 시장의 97%를 점유하고 있고,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500억원대 구매를 기록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의 비료‧농약‧농기계‧시설자재 등 영농자재에 대한 계통구매 규모는 연 2조5,000억 원대를 넘는다.
계통구매는 농협이 책정한 비료종류별 구매예정가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최저단가 입찰자로부터 구매 예정량에 달할 때까지 순차적으로 입찰자를 낙찰지정하는 경쟁입찰 방식이다.
농협경제지주는 비료생산업체로부터 원자재대금 등 영업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받은 후, 전문회계법인 용역을 통해 원가를 자체 산정하고 이를 기초로 구매예정가를 정하는데, 실제 구매가는 농협이 자체 산정한 생산원가의 10∼25% 낮은 가격이고, 생산업체가 자체 산정한 원가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이 같은 원가이하 계통구매로, 비료제조업체들은 지난 2016년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였고, 누적 적자만 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실제, 국내 무기질 비료 생산량 2위 업체는 지난 2015년 250여 명에 달했던 비료사업부 인력을 올해 기준 190명으로 24%가량 감원하는 등 국내 비료산업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
비료업체가 울며 겨자먹기로 적자를 감수하고 농협 계통구매에 참여하는 동안, 농협은 저가 구매가에 수수료와 장려금, 지역농협 영업이이 등 최대 10%를 더해 농민들에게 무기질 비료를 판매하면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외에도 농협경제지주는 구매계약서 제9조(대금 지급)에 따라 납품업체로 부터 납품가격의 1.2%를 예약구매 장려금으로 되돌려 받고 있기까지 하다.
주철현 국회의원은 “농협경제지주는 국내 무기질 비료 구매시장의 97% 점유라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악용해, 원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비료를 납품받고 있는데, 이는 비료 납품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해 비료시장을 교란하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는, 주 의원의 지적에 대해, “비료제조업체와 협의해 지적한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답변해, 시정을 약속했다.
하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