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1 (금)
-시와 그림 한 편씩 겹쳐 읽고, 순간들을 따스하게 담아낸 에세이
▲<고흐씨, 시 읽어줄까요> 표지
시나 그림을 읽어주는 책은 많다. 시와 그림은 어렵고 누군가 대신 읽어주면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 시와 그림을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 속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지식과 작가가 숨겨놓은 뜻을 밝히는 작업일까, 아니면 평론가처럼 선대 철학자들의 이론을 빌려 작품을 설명하는 일일까? 의문을 던져본다
<고흐씨, 시 읽어줄까요>는 이운진 시인이 시와 그림을 한 편씩 겹쳐 읽고 시와 그림이 내 마음을 알아챈 순간들을 따스하게 담아낸 에세이다.
저자는 시를 많이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시가 어떤 그림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나씩 좋은 그림과 시를 공책에 적으며 짝짓기를 시작한 것이 이 책을 집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저자의 체험과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시와 그림을 거치면서 보편성을 획득하며 독자들에게도 친밀한 공감의 순간을 선사한다. 또한 시와 그림에 관련된 교양지식을 곁들여 구성하고 있어 독자에게 시와 그림을 겹쳐 읽는 기쁨을 선물해준다.
카미유 피사로의 <빨래 너는 여인>과 강은교의 「빨래 너는 여자」, 윤두서의 <자화상>과 서정주의 「자화상」이 서로 이야기한다. 이야기 속에서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하듯이, 편지를 쓰듯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책이다.
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감정이 슬픔이라고 할 수 있는데 칼 융의 자서전에 나오는 ‘내 마음의 치유자는 나 자신일 수 밖에 없다’ 라는 문장과 맥이 통하는 이유다. 시보다는,그림보다는, 마음을 더 잘 읽고 싶다면 위로가 필요한 이 시대에 손에 들고 들여볼만한 썩 괜찮은 입문서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시를 좋아하지만 그림도 좋아하는 오랜 친구가 손으로 써서 보낸 편지 같은 이 책을 읽는다면 독자들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시와 그림을 만나보고 싶을 것이다.
주명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