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목)
▲임병식 수필가
산에 오르다가 야생 난을 만났다. 마음먹고 오른 등산은 아니었고 마침 내리던 비가 그쳐서 꽃나무를 사들고 찾아간 발길이었다.
이날은 마침 경칩이기도 해서 마음이 들떴다. 아내 무덤 밑에다 나무를 심어놓고 조카가 가꾸고 있는 이웃 농장을 찾아갔다. 거기에는 감나무를 비롯해서 황칠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편백나무도 많이 심어져 있다.
어렸을 적이 생각이 나서 산 위로 내달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중간쯤에 있던 고총의 무덤은 상상외로 위쪽에 있고 전에는 지천이던 딱주는 하나도 보이지 않은 가운데 야생난이 지천이었다. 이것들은 벌써 꽃이 핀 것도 있고, 대부분이 한참 꽃대를 올리고 있었다.
그 무리 중에 눈에 꽂히는 것이 있었다. 이파리 중간에 노랗게 물이든 중투의 난이었다. 그것은 온전한 것은 아니고 노루나 토끼가 뜯어 먹었는지 중간이 잘려있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이파리 하나가 온전하여 중투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야, 반갑다. 중투!”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촬영한 후 조심스럽게 낙엽으로 덮어주었다. 성장을 위해서는 노출을 시켜놓아야 하겠지만 누가 보면 금방 채취해 갈 것 같아서였다. 조카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는 산 두릅도 많은데 외지인이 먼저 서리를 해가는 바람에 한 번도 맛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퍼득 떠올랐던 것이다.
그 조치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놓아야만 그나마 보존이 될 것이 아닌가. 그리해 놓고 돌아서니 마음 한 켠 크게 기쁨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