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목)
한려새마을금고 ESG 운영위원장, 법무사 심정현
3. 신화속으로 (3-2)
#1. 일본, 해월 같이 떠도는 국토를 수리·고정하라는 천신의 명을 받은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하늘부교에서 창으로 바다를 휘젖자, 그 창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섬으로 변하였다. 섬으로 내려온 이자나미가 ‘몸이 되다가 덜 아문 곳이 있다’하고, 이자나기가 ‘몸이 되다가 남은 것이 있다’고 해서 그 모자란 곳에 남은 것을 맞추어 섬과 바다를 낳고, 산천과 목석, 들판을 낳고, 마지막에 화신을 낳다가 이자나미는 화상을 입고 죽는다. 망 처를 그리워 한 이자나기는 명부국(황천)으로 찾아갔으나 신들과 격렬한 싸움 끝에 도망쳐 나온 후 황천의 더러움을 씻기 위해 의복을 벗자 이 의복이 12신이 되고, 두 눈을 씻자 태양신 아마테라스와 달의 신 쓰키요미가 태어나고, 코를 씻자 바다의 신 스사노오가 태어난다.
스사나오는 누이 아마테라스와 사이에서 여러 신들을 낳았고, 그때 낳은 자식이 만세일계의 천손(천황)이 되었다. 그러나 그 불륜(근친상간)때문에 스사노오는 8백만의 신들에 의해 손톱·발톱을 다 뽑히고 추방되었고, 먹을 것이 없어 오호게쓰에게 먹을 것을 청하자, 그녀는 코·입·엉덩이로 먹을 것을 꺼내주었고, 이에 화가 난 스사노오가 그녀를 죽이자, 그녀의 몸에서 누에·벼·조·팥·보리·콩이 나왔고, 이를 걷어 종자로 뿌렸다.
일본의 건국신화(황국신화) 중 농경의 시작까지를 간추려보았습니다. 신화는 바다와 땅, 섬나라 일본의 창조와, 천손의 탄생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우 격렬하다못해 폭력적이고, 반인륜적이며 기괴하기까지 합니다. 농경 마저도 전쟁의 전리품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대하소설「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님은 「일본산고」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까마귀가 많다. 소설이나 시에도 까마귀가 곧잘 나타난다. 일본인들의 정서는 고목에 앉은 겨울까마귀처럼 어둡다. 짙은 우수와 허무가 깊게 깔려있다 우리의 경쾌한 새타령과는 대조적이다.” 그리고 같은 책에서 우리에게는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한일합방을 늑대이빨에 찢기는 양의 비극으로 비유한다면 수많은 이 강산의 딸들이 일본 병사의 화장실 역할을 했던 일은 무엇으로 비유해야 하는지, 침묵하는 이 땅 남성들에게 묻고 싶다. 만일 저 아우슈비츠의 참혹함보다는 낫다고 자위하는 리얼리스트가 있다면 우리는 인간임을 사양할 밖에 도리가 없다”
무도한 임진왜란을 일으켜 100만명을 죽이고,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2000만명을 죽이고, 인류 최초이자 유일하게 핵폭탄을 두 개나 얻어맞은 일본의 역사를 그들의 건국신화로 형성된 민족정신때문이라고 하면 과한 말일까요? 국제어문학회 이재걸은 논문 ‘단군신화연구의 현황과 문제점’에서 “일본의 황국신화는 이미 신화와 역사·종교와의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국민들의 의식구조를 변화시켰으며, 오늘의 일본을 이루는데 핵심이 되었다.” 라고 하고 있습니다. 중일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육군은 전쟁을 독려하기 위한 팸플릿의 첫머리에 “전쟁은 창조의 아버지요. 문화의 어머니다”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기괴한 건국신화와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인들에게서 세상에 이로운 상상력을 건져올릴 희망이라고는 전혀 없어보입니다.
#2. 중국, 인류의 조상 반고는 깜깜한 혼돈상태의 계란 속에서 잉태되어 1만 8000년 간 잠을 자다가 일어나 도끼를 휘두르자, 계란이 갈라지면서 가벼운 것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무거운 것은 아래로 내려와 땅이 되었다. 하늘과 땅이 다시 합쳐질까 두려워 머리로는 하늘을 받쳐이고, 발로는 땅을 밟은 채 하늘과 땅의 한 가운데 서 있으니 하늘은 매일 높아져가고, 땅은 매일 두터워져가기를 1만 8000년이 지나니 반고의 키는 9만리가 되었다.
반고가 임종에 이르자 그가 내쉬는 숨은 바람과 구름으로, 목소리는 우레로, 눈은 해월로, 몸뚱이는 대지의 사극과 다섯산으로, 피는 강으로, 살은 밭으로, 머리카락은 별로, 솜털은 풀과 나무로, 이빨과 골수는 암석과 진주와 옥석으로 변하였다. 반고는 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자신의 몸을 바쳤다.
이토록 천지가 개벽된 후 여신 여와가 황토를 반죽하여 사람을 만들고 또 만들기를 계속하다가 어느 날 덩굴을 수렁에 넣고 진흙탕 물을 휘휘저은 뒤땅위에 뿌리니 진흙탕 물방울마다 사람이 되었다. 인간이 대지에 가득할 때까지 계속하다가 인간 스스로 생존할 방법을 궁리한 끝에 남자와 여자를 짝짓게 하였다.
이후 농경사회를 시작하는 삼황오제의 전설과 하·상·주 등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는 그들이 동이라 부르는 동국의 역사와 뒤섞이어 그들 스스로의 역사와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탓인지, 동북공정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그들만의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독일 예나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초대 문교부장관을 역임한 안호상은 단군의 건국은 5·6천년 전 혹은 그보다 앞선 시대였고, 강역은 남북만주와 중국 중남부에 이르렀으며, 중국역사의 시조라고 하는 삼황오제와 요·순, 강태공, 공자, 진시황 등이 모두 배달동이 겨레의 후손이라 하고 있습니다. 알타이문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 교수를 한 박시인도 중국의 삼황오제 이야기가 산동에 살던 동이족이 중토에 들어가 시작된 것이고, 우리 민족이 ‘동서문화의 발상지’라고 단호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같은주장을 하는 재야 사학자는 매우 많으며, 유사한 주장을 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권위있는 학자들도 여럿있습니다.
아무래도 남북이 통일되고, 중국이 진실의 편에 설 때 특히 지금 땅속에 잠들어 있는 서요하지역의 요하문명이 고고학적으로 발굴되고 연구되었을 때 비로서 동북아의 역사가 제대로 드러나게 될 것이고, 찬란하고 웅대한 단군과 우리나라 상고사가 세상에 밝게 빛날 것입니다.
아무튼 중국의 상고사는 동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있고, 한(漢)족이 성립할 때 부터 청말에 이르기까지 약 2000년의 역사 중 절반 이상은 북방족에 의한 피지배의 역사이고, 끊임없는 외침과 내전의 역사이기에, 중국인민들의 집단정체성이 과연 형성되었는지,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중화주의라고 하면 그것은 자신들이 갇혀 있는 우물을 세상으로 알고 살아가는 우물 안 개구리일뿐이고, 대국주의라고 하면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고 인류를 이끌어 갈 민주주의와 문화의 대국이어야 할 터인데, 자국영토내 이민족에 대한 철권통치는 무엇이며, 인접국에 대한 무력시위는 무엇이며, 서북공정·서남공정·동북공정·문화공정 등 그 많은 공정은 또 무엇입니까?
중국공산당과 중국미디어등에서는 ‘만물중국기원설’을 말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타국의 문화유산을 자국에서 기원하였다고 우기는 것입니다. 영어도 중국방언이었고, 러시아어도 마찬가지고, 축구, 골프, 스키, 피자, 햄버거 등의 기원이 중국이었고 우리나라의 한복, 한글, 김치, 판소리 기타 등등도 중국것이었다고 하며 심지어, 2017년 시진핑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아예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코로나와 황사, 미세먼지, 메이드인 차이나 빼고는 전부 중국 것“이라고 비아냥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토록 넓은 땅과 많은 인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대국적이거나 포용적이지 않아보입니다.
중국의 창조신화는 해와달, 산천과 수목, 사람을 창조하는 이야기로 이루어졌으나 중국인들의 독특한 판타지 소설인 무협지를 연상케 합니다. 일본의 건국신화처럼 폭력적이고, 반인륜적이지는 않으나 그 속에서 현 인류의 실존적인 의미를 이끌어내기는 불가능해보입니다. 현재 중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역사적, 반문화적 행태들은 그들이 염원하는 바대로의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수 없음과 또 되어서는 아니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음 회에서는 서양인의 정신세계와 문화의 씨줄이 된 창세기와 현재 세계
최강국 미국의 신화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