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목)
한려새마을금고 ESG 운영위원장, 법무사 심정현
3. 신화 속으로(3-3)
#3. 창세기,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할 때, 첫날에 빛이 있으라 하여 밤과 낮을 가리고, 둘째 날에 하늘과 물을 이루고, 셋째 날에 바다와 땅을 이루어서 초목이 생기게 하고, 넷째 날에 해와 달과 별을 만들고, 다섯쨰 날에 물고기와 새들을 만들고, 여섯째 날에 짐승들과 흙을 빚어 자기를 닮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들로 하여금 땅을 정복하라 하고, 일곱째 날은 쉬었다.
창세기 제1장 천지창조입니다. 이는 신화를 넘어 창조론으로 거듭나면서 기독교서양인들에 의하여 수세기 동안 진리로 숭상되어 왔습니다. 그러다가 19세기 초 진화론에 의하여 그 절대적 지위를 상실하긴 하였으나 지금도 서양인들의 가슴 속엔 살아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창세기에서 여자를 만든 방법과 인간이 선악을 알게 된 과정에 대하여 조금 더 보겠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어 그 갈빗대 하나를 취하고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그를 아담에게 이끌어오시니 아담이 가로대 “이는 내 뼈중에 뼈요. 살중의 살이다.”라고 하였다(제2장 21~23절)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자 그것을 다스리며 지키게 하시고 명하여 말씀하시되, 동산의 모든 실과는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 하시니라(제2장 15~17절) 여자가 그 나무를 본 즉 먹음직도 하고 탐스럽기도 하여 그 실과를 따먹고 남편에게도 주며 그도 먹은지라,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 자기들의 몸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 나뭇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 (제3장ㆍ6절)
여호와 하나님이 뱀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렇게 하였으니 너는 저주를 받아 배로 기어다니고 평생 흙을 먹으며 내가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 상하게 할 것이니라. 또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게 잉태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너는 남편을 사모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다. 아담에게 이르시되, 땅은 너로 인하여 저주를 받고 너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제3장 14~17절)
그 유명한 원죄론입니다. 여자는 남자의 부산물이고, 인간은 못된 유혹에 넘어갈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고, 평생 고통을 감내하여야 하며, 남자는 여자를 다스리고, 지구와 동ㆍ식물들은 정복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인류의 지금까지의 역사가 함축되어 있는 듯합니다.
우리의 단군신화가 그리고있는 홍익인간의 이념, 자연과의 정서적 교감, 금지가 아닌 자발성, 사람됨과 출산의 행복, 평등과 평화애호의 정신세계와는 너무나 대비됩니다.
#4. 미국, 1492년 인도를 찾아 산타마리아호를 타고 에스파냐에서 출발한 콜롬버스가 중남미 아이티에 도착한 이래, 1620년 네덜란드의 청교도일파가 영국의 종교박해를 피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메사추세츠주에 도착하여 둥지를 틈으로부터 미국은 자유의 땅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대서양연안에 13개주 식민지를 건설한 영국의 지배를 받아 오다가, 과도하고 불공정한 세금과 관세에 항거하여 1776.7.4 13개주 식민지 대표들이 필라델피아에서 모여 역사적인 독립선언을 하였고, 이어 영국과 치른 8년 동안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완전한 독립을 이룬 후, 1787년에 필라델피아에서 55명의 대표자가 모여 헌법을 제정하고, 초대대통령으로 조지 워싱턴을 선출함으로써 비로서 미합중국이 탄생하였습니다.
이어 1865년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함에 따라 노예제가 폐지되고, 유능한 통치기구와 천혜의 자원, 우수한 노동력에 힘입어 산업 혁명을 완성하고 이를 통하여 아시다시피 1,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승리의 자부심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문화를 선도하여 미국 땅에서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를 열고, 세상에서 하나 남은 경쟁국 소련을 완전히 따돌리면서 지금 역사상 유일무이한 세계 패권국가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언급한 바와 같이 청교도정신과 독립선언문 및 전쟁승리의 경험이 오늘날 미국인의 신화 물론 통속적 의미의 ( 신화는 아닙니다만)와 집단정체성을 형성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독립선언문은 당시 세계 지성사의 최대 명문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이 독립선언을 기초로 세계 최초로 성문헌법을 제정하였고, 대통령제를 창안하였고, 3권분립을 최초로 제도화하였고, 이후 이 헌법(수정헌법을 포함합니다)에 따라 주옥 같은 판례를 쌓아가면서 세계의 법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독립선언문의 요지를 적어봅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자명한 진리로 여긴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생명과 자유와 행복추구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정부를 조직하는 바 정부의 권력은 국민의 동의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다. 어떠한 정부이든 이러한 목적에 어긋날 때에는 언제든지 변혁 내지 폐지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다」
이 독립선언문은 인권이 천부적이고, 불가침이며, 정부의 목적은 이러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고, 정부가 이에 반할 때는 언제든지 폐지할 수 있음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기독교 창세기의 원죄론에 이어 국가탄생 역사상 씻을 수 없는 원죄를 더하였습니다.
유럽인이 미국 땅에 들어오기 전, 아메리카 원주민의 수가 1300만명이었다고 하는데, 지금 인디언보호구역에 강제로 이주되어 살고 있는 인디언의 수는 50만명 정도라 하고 있습니다. 한 종족의 거의 전부를 절멸시켰던 것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온갖 참혹한 방법으로 끌려온 흑인들의 수가 수천만명이었고, 이들은 사람이 아닌 그저 재산이나 물건 취급되었고, 그들의 노예노동으로 산업을 성장시키고 부를 축적하였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풍요로웠던 아프리카를 기아와 질병의 땅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는 미국인들만이 아니라 전 유럽인의 원죄이기도 합니다)
미·중 패권전쟁에 온 국력을 쏟고 있으나 그 결과예측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으며, 정치는 불안정하고, 경제는 답보상태이며, 아직도 인종차별의 늪에서 헤어나고 있지 못하고, 갈 길 잃은 미국인들은 마약에 찌들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첨병인 미국에서 자본주의의 종언을 목도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인들의 강력했던 신화와 집단정체성은 이러한 원죄들에 이어 그간 신봉해마지 않았던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하자 그 효능은 사라지고, 이제 그 끝을 알 수 없는 혼돈에 이르고 있어 지구와 , 인류의 미래를 더 이상 미국에 맡겨놓을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5. 그 외, 유럽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고 오늘 날까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는 그리스-로마신화는 수많은 신들과 괴물과 영웅들의 대결과 투쟁의 비극적 서사입니다. 그것이 비극인 이유는 그들이 저주받은 운명에 맞서 싸웠으나, 그 싸움은 언제나 아린 패배의 기억으로 기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면관계상 때문에 여기 다 적을 수 없으나 이것 역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지혜는 담겨있지 않아 보입니다.
작년 세계 최대 인구국으로 올라섰고 머잖아 일본을 제치고 빅3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의 신화도 마찬가지로 다신입니다. 다만 주요 신으로 창조의 신 ‘브라만’과 유지의 신 ‘비시누’, 파괴의 신 ‘시바’의 3신이 있고, 많은 인도인들이 그 중 시바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괴의 신이 있다는 것과 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마도 인도의 독특한 윤회사상 때문인 듯합니다. 인도인들의 믿음처럼 사랑하는 시바신이 이 세상을 파괴해 버리는 날이 기어이 오고야 말까요? 지구역사상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하니 시바신이 다섯 번 자기 일을 하였고, 이제 다시 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빅3, 빅2인 인접국 일본과 중국, 서양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온 창세기와 빅1, 미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신화 등을 들여다 보았습니다만 어느 것에도 세상을 구할 지혜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단군신화야말로 세상 가장 아름다운 신화이고, 인류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숭고한 가치가 그 안에 담겨 있음은 분명합니다.(다음 회에 계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