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목)
▲심정현 법무사
신화와 상고사를 열고들어가 그 속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상상력을 얻어야한다 - 김지하 -
태초의 시작을 알리는 신화가 없는 민족은 갱신과 부활을 기대할 수 없다. 현재의 역사가 지리멸렬하고 혼돈과 암흑 속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일수록 웅장한 뜻을 담은 건국이야기를 가슴 속에 간직하여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느 때나 시작은 어둠을 밝히는 것이요 오랜 미망과 꿈속에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에게는 이 위대한 시작이 있으므로 역사의 암흑 속을 간다해도 곧 깨치고일어나 밝음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 이은봉, ‘단군신화연구’ 서문에서
제1편 ‘야만의 자본주의를 넘어’에서는 ESG의 탄생배경 및 ESG가 세계적대세로 자리잡게 되었음과 ESG 경영을 위한 자본주의 패러다임 대전환의담론으로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그 한계에 대하여, 제 2편 ‘재조산하’에서는 우리나라가 처한 저성장과 저출산, 세대 간·계층 간의 갈등 및 수도권집중현상과 지방소멸위기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제3편에서는 당면한 세계적 위기와 우리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를주도할 K-ESG를 실현하기 위하여 우리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무슨 일을하여야 할까에 관하여 시인 김지하님의 말처럼 그 상상력을 구하기 위하여구도자의 심정으로 저 먼 신화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3. 신화 속으로 (3-1)환인의 서자 환웅이 항상 천하에 뜻을 두고있어, 환인이 태백산을 내려다본즉 그곳이 과연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 만한 곳이라 이에 천부인 세 개를주면서 세상에 나아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 이르니, 환웅이 풍백과 우사, 운사와 무리 3000을 이끌어 태백산 신단수에 내려와 신시를 열고, 주곡·주명·주병·주형·주선악으로 나누어 세상사 360여 가지 일에 순리를 세웠다.
이를 알고 같은 동굴에 살던 호랑이와 곰이 사람되기를 청하자 환웅이 쑥한 단과 마늘 20개를 주면서 이르되,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100일간 햇빛을 보지 아니하면 곧 사람이 되리라” 하였다. 곰은 3·7일간 따라하여 여자의 몸을 얻었으나 호랑이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따라하지 아니하여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 웅녀는 혼인하여 아이를 낳기를 원하였으나 마땅한 신랑감이 없어 신단수 밑에서 다시 청하자, 이를 본 환웅이 잠시 사람으로 변하여 웅녀와 혼인하고 아들을 낳으니 그가곧 단군왕검이다. 단군 왕검은 아사달에 도읍을 정한 후 국호를 조선이라 하였다. 그로부터 1500년간 홍익인간 제세이화의 이념으로 나라를 이끌다가새로운 세력이 흥하자 나라를 물려주고 산으로 들어가 영원히 사는 산신이 되었다.
이는 우리 민족이면 누구나 아는 단군신화입니다. (고려조 일연의 삼국유사를 기본으로 하되, 서사를 위하여 일부 가감하였습니다. 단군 신화를 기록한 고문헌에는 제왕운기(1287), 세종실록지리지(1454), 응제시주(1461), 동국통감(1485) 등이 더 있으며, 당시의 시대상황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나 그 대개가 고조선 이후 부여, 고구려, 옥저, 예맥, 백제, 신라 등 고대제국들 모두를 단군의 후손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국통감은 지금우리가 ‘단기’라고 하는 고조선의 건국시기를 서기 전 2333년으로 비정하게하였고, 단군이 백성들의 추대에 의하여 임금이 되었다(國人立爲君)라 적고있습니다.)
단군신화는 단군의 건국을 우리 민족의 시작으로 인식하게 하고, 우리 민족이 단군의 후예, 배달겨레라는 집단정체성을 형성케 하였습니다. 단군신화속의 홍익인간 이념은 우리 민족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자연과 함께하는인본주의, 민주주의, 불의와 불평등을 타파하고 정의와 평화, 평등을 사랑하고, 문화를 숭상하는 정신을 민족정신으로 확립함으로써 역사적 위기 때마다저항과 위기극복의 에너지를 계속하여 충전시켜 주었습니다. 독립운동가 신규식은 “단군이 태백산 단목 하에 강림하였다는 한줄의 기록이 없었다면 한민족은 존립할 수 없었을 것이다” 라고 단언하였습니다.
단군신화를 모태로 하는 민족주의(이를 한국학자 정영훈은 ‘단군신화의 정치사상’에서 ‘단군민족주의’라 하고 있습니다)는 조선조 성리학과 사대모화사상으로 약화되었으나 조선조가 붕괴되어가고 서구열강과 일본이 침략해오던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대대적으로 부활하면서 우리 민족의 민족적 각성을일깨웠습니다. 상해임시정부는 환웅이 태백산 신단수에 강림한 날을 개천절로 삼아 국경일로 정하여 경축하였고, 이는 정부수립후 지금까지 계승되어오고 있습니다.
단군신화와 홍익인간 이념은 아직도 제국주의 망령으로 타 국가를 억압하거나, 유·무형의 폭력과 무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들을 배격하고, 평화와 공존, 민주주의와 인류공영의 메시지를 후대에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2조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천명하여, 홍익인간이념을 우리나라 교육이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나아가 단군신화는 한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무한한 영감과 창의력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K-팝과 K-무비가 우연한 일은 아니며, 2007년 10대 히트 상품에 선정된 판타지 드라마‘태왕사신기’는 단군신화를 직접 모티브로 한 것으로서 그 변화와 상상의 출발점이라 하겠습니다.
단군신화와 홍익인간 이념은 앞으로 우리민족으로 하여금 한반도 분단과우리 사회의 갈등을 종식하고, 한류를 세계에 확산시키고, 세계가 직면한 위기의 극복에 대한 선도적 역할을 하여야 할 임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단군신화는 세상 어느나라의 신화보다 위대하고, 아름다우며, 미래를열어갈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단군신화의 이 위대한 가치에 대하여 혹 ‘웬, 국뽕’ 이라고 할 독자가 계실것 같아 단군신화에 대한 더 깊은 논의는 일단 뒤로하고, 먼저 인접국 일본과 중국의 신화, 서양의 사고와 문화의 씨줄이 된 성경의 창세기를 다음 회(3-2)를 통하여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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