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4 (일)
-2026년까지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어 최고의 민간정원으로 허가 기대
-수 천가지 꽃과 나무 가꾸고 조경 관리에 매달 사비 수천 들여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힐링의 산책코스 시민들과 함께 나누려 개방
▲가야농장에서 바라본 와온
11월, 길을 나설 때는 비가 온다는 예보가 무색하게 하늘이 맑았지만 가을 바람에 길가 은행나무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려 길바닥에 노랗게 쌓인다. 창밖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밤새 비까지 온다면 가을도 끝물이다는 생각을 하면서 와온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와온은 행정구역상 순천 해룡면에 속하지만 여수와 경계선에 있어 언제든지 내키는대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거리에 있고 오히려 여수시민들 발길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곡을 지나 와온으로 들어서니 오히려 바람이 잔잔해졌고 물빛이 가장 시리다는 11월의 와온 바다가 펼쳐진다. 돌아올 때 비가 오지 않는다면 일몰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로 설렌다.
와온에서 조금만 더 운전해 동네마을 좁은 길을 조심스럽게 서행해서 올라가니 이내 도착한 ‘가야정원’이라는 팻말이 붙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펜션 겸 카페를 겸하고 있는 3층 건물이 아담하게 서 있었고 무인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압권은 자연환경에서 햇볕을 받으며 땅에서 피어난 국화라는 귀뜸을 받은지라 국화군락지를 찾아 걷는다.
국화는 일조량이 적게 하루에 햇빛을 4시간 정도 보고 기온이 좀 떨어져야 앞다퉈 예쁘게 피기 시작한다는데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 이번 주부터 국화가 만개해 절정을 이룰 것 같다.
군데군데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작은 벤치 그리고 그네와 조형물들이 잘 배치되어 있다. 작은 호수에선 분수가 뿜어지고 있다. 과일나무 근처에는 알아서 따 먹으라는 문구까지 적혀 있어 나도 가지 끝에 달린 무화과를 제법 실한 놈으로 하나 따 먹으니 괜히 횡재한 것 같다.
이 넓은 곳에 이렇게 많은 꽃이 심어져있고 계속 가꾸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던 중 호수로 꽃밭에 물을 주고 있는 ‘가야정원 정원지기’(대표 유병천)를 드디어 딱 마주쳤다. 일하시는 모습을 사진에 담으면서 이렇게 민간정원을 가꾸게 된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어려움에 대한 얘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허심탄회하게 대화에 응해주셨다.
‘가야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는 매년 4월부터 6월. 꽃잔디가 바닥에 깔리고 동산을 이루면 말할 수 없이 환상적이어서 마음을 뗄 수 없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곧이어 넝쿨장미와 수국이 한데 어울려서 피는데 수국 종류도 대략 120종류가 심어져
있다. 현재 이 정원에 심어진 꽃의 종류만 해도 수천 종이다.
옛고향의 뒷산 지명이 가야산이었는데 택지개발로 마을이 사라지게 되어 그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어 이 정원의 이름을 ‘가야정원’이라고 붙였다는 일화도 전해 듣는다.
▲가야정원 유병천 대표
“이 ‘가야정원’의 면적은 이만 평 정도 크기고 10년쯤 우연히 이곳에 왔다가 바다가 좋고 갯벌이 좋고 칠면조 군락이 너무 보기 좋아 곧바로 터를 마련했다. 처음 정원의 설계와 조경은 순천만 국가정원을 설계했던 분들에게서 도움을 받았고 지금은 직원 몇 분과 함께 부부가 직접 가꾸고 있는데 한 달에 사비 3,000만 원 정도가 들어가고 있으니 주변 분들이 본인을 바보라고 부른다”
가야정원 정원지기 유병천 대표는 사람 좋은 웃음을 보내며 더 깊은 대화와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은 것을 토로했다.
“이 근처가 갯벌 일부가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있어 순천시에서 민간정원으로의 허가를 불허하고 있는데 3년여의 행정소송 끝에 한쪽 청력을 잃는 등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 내년까지 시에서 지적하고 있는 불법사항을 최대한 개선하여서 계속 허가를 신청해 볼 계획이다. 특히 공익이 아닌 개인의 사익을 위한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많이 답답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하며 “2026년까지 최선을 다해서 한 번 왔다 간 사람이 또 다시 가고 싶은 곳, 최고의 민간정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가꾸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야정원 무인카페 모과 향 가득한 창가에 앉아서 해 지는 모습을 눈에 담으며 한참을 있는다. 돌아오는 길에 갯벌에 깔리는 노을을 보면서 서서히 어둠에 젖어가는 해변의 풍경은 쓸쓸하지만 그래서 더 농익어 가는 한 편의 길이었다.
주명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