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2 (화)
▲진규하 보도국장
여수시가 지난해 8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에 선정돼 내년 12월까지 '공공주도 해상풍력 단지개발 지원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지난 2월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여수 앞바다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그 바람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이제 법으로 정해졌기에 이제 해상풍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진짜 준비된 사업자만이 바다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야말로 계측기만 세우는 시대는 끝나게 된 것이다. 전에는 바다에 계측기(바람 측정 장비) 하나 세워 놓고, 몇 년씩 사업권을 붙잡고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지자체에서는 계측기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허가를 내줄 수 없으며, 신규 사업자가 계측기를 세우고 해역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전에는 허가권을 사고파는 방식이 묵인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부가 지정한 해역과 심사를 통과한 사업자 외에는 신규 진입이 차단돼 더 이상 ‘먼저 깃발을 꽂은 자’가 유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준비한 자’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특히 여수시의 경우, 일부 사업자들이 설치한 계측기의 유효기간이 2025년 4월 말 이전에 만료될 예정이다. 계측기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해당 사업은 법적으로 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계측 자료의 신뢰성이 인정되지 않고, 법적 해상점유 권한도 종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준비 없이 시간만 끌고 있던 일부 사업자들은 더 이상 해상풍력 개발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몇 년 전부터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준비해 온 사업자들이 있다. 해양환경 조사, 어업 단체와의 협약, 지역 행사 후원과 장학금 지급, 선진지 벤치마킹, 연구기관과의 R&D 협약, 인력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 실제 지역과 호흡해 온 이들이다. 이들은 화려한 언론 보도 대신 현장과의 신뢰를 쌓는 데 집중해 왔고, 이제 특별법 시대에 진짜 사업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역 내 일부 집단에서는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 있다. 그러나 그 반대는 과연 지역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일까?
일부는 스스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른 사업자에게 사업권 인수를 요구하며 반대 의견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경제성 부족, 풍속 조건 미달, 계측기 유효기간 만료 등 법적•기술적 한계를 명확히 지닌 상태이다. 그럼에도 "나 안 되면 너도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은, 결국 지역 전체의 기회를 인질로 삼는 행위에 불과하다.
또 다른 일부 단체는 수차례 협의 제안에도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며 사실상 합의를 거부해왔다.. 다른 위원회들이 동일한 조건으로 협약을 체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요구는 공공의 자산인 바다를 사적 이익의 도구로 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지역의 목소리는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과거에도 단순한 반대가 지역 발전의 기회를 스스로 놓치게 만든 사례는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2003년 전북 부안군의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유치 반대다.
당시 부안은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유치를 철회했지만,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적 지원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이유로 정부 주도 사업이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 지역이니까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접근은, 결국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까지 막아버릴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지혜로운 협의와 실질적인 참여다.
국회의 특별법 통과로 이제 해상풍력 사업은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판단하는 국가사업이다. 행정 능력도 없고, 주민과의 소통도 부족하고, 실제 사업 추진도 어려운 사업자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여수 앞바다에는, 오래전 부터 미리 소통하고 준비해 온 사업자들이 다수 있다.이 사업자들이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 수백억 원 규모의 어업 피해 지원, 수십억 원 규모의 지역 지원, 수천억 원에 달하는 항만과 물류 투자, 지역 기업과의 협력 기회, 수백 명 단위의 인력 양성 기회, 해양 생태계 보존과 관광 자원화 등 이 모든 약속은 함께할 사업자가 있을 때만 가능한 일들이다.
바다는 특정인의 것도, 특정 단체의 것도 아니다. 이제는 ‘누가 우리와 함께 지역을 생각하며 준비해왔는가’를 봐야 할 때이다. 반대는 가능하다. 그러나 무조건은 아니다. 지금의 반대는 정말 공동체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개인의 이익을 지키려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여수는 지금, 정말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서 있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여수를 막는 장벽이 아니라, 기회를 주는 문으로 이 문을 함께 열고 나아갈 것인지, 기회를 스스로 닫을 것인지는 이제 지역주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책임지게 될 것이다다.
/진규하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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