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8 (금)
-존재하는 이상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곽동현(경영학 박사)
"전례 없는 화학산업의 위기입니다. LG화학은 탄소 중립을 실천하면서 동시에 성장을 이뤄낼 것입니다.“ LG화학 대표이사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 12일 여수상공회의소에서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를 맞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 투자 혁신, 선제 대응 방안 등 전례 없는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신 부회장은 "힘들수록 원가경쟁력 개선 등 전사 차원의 최적화 및 고부가 가치 사업 강화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과연 탄소중립,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이 위기의 지배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진즉 경쟁우위의 대안 및 전략을 준비하고 대응하지 못했을까? 심지어 중국발 공급 과잉, 저가 공세, 중복 과잉 투자 등으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은 참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 아닐까? 내적, 외적 환경 요인 분석은 제대로 인가? 중국도 현재 엄청난 위기인데도 말이다.
사실 ‘석유산업의 쌀(에틸렌, 프로필렌)’이라는 ncc공정은 여수산단의 확실한 캐시카우였고 심지어 해당 그룹 내의 효자산업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여수지역사회의 큰 버팀목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소위 ‘NCC 캐시카우(cash cow)’가 오래갈 줄 알았는가? 말 그대로 누란지위(알을 쌓아 놓은 듯 매우 위태로운 형세)의 상황이 되어 버렸다. 실상 전략적 측면에서 경쟁우위는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한 듯하다. 기업 경쟁은 운동경기와는 다른 것이다. 시합이 끝났다고, 승리했다고 쉴 수 있는 환경은 아닌 것이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끊임없는 ‘진화(進化 : evolution)’가 필요한 것이다.
생명체의 진화에 있어 두드러진 특징 두가지가 있다.
첫째, 시간이 흐를수록 몸집이 커진다는 것이다. 사냥을 하기 위해선 상대방보다 몸집이 큰 것이 절대적인 잇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도 성공하면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둘째, 몸집이 큰 종이 지배성이 강하지만 오래 견디는 종은 크기가 더 작은 경향이 있다. 공룡보다는 바퀴벌레가, 바퀴벌레보다는 박테리아가 더 생명력이 끈질기다.
예를 들어, 사자는 몸집이 커질수록 더 많은 먹잇감을 잡을 수 있지만 동시에 사냥꾼에게 더 쉬운 표적이 된다. 또한 나무는 나무의 키가 커지면 더 많은 햇빛을 받겠지만 강풍에 부러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를 반증한 실적의 회사가 있다. 여수산단의 K석유화학은 2024년도 7조1550억 매출, 2728억 영업이익의 실적을 올렸다. 나 홀로 선방한 비결은 뭘까?
몸 크기처럼 투자의 레버리지도 비슷하다. 이익의 증가에는 꼭 손실의 우려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유수한 세계적 기업(ex, 제네럴모터스, 소니, 모토로라, 코닥 등)들이 파산의 지경에 이른 것은 경쟁우위엔 유통기한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여수산단은 어떠한 몸집 변화가 필요한 것인가? 과연 중국의 시장 변화가 석유화학 전체의 리스크가 되는 것인가?
기업 경영을 기업 전쟁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전략’이라는 단어를 자주 인용하지 않는가? 그렇다. 기업 전쟁은 ‘군비전쟁’과 흡사하다. 즉, 진화에 있어 멸종 가능성에 자유로운 생명체는 없는 것처럼 영원한 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겨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만나는 붉은 여왕의 가설(Red Queen hyperthesis)에선 ‘존재하는 이상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같은 자리에 있기 위해선 힘껏 달려야 한다고...
진화는 경쟁이라는 무대의 냉혹한 역사이다. 그 누구도 앞서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만 뒤처짐은 곧 멸종이라는 가르침만 역사를 장식해 왔다. 여수산단에 있어 중국시장은 필요악(必要惡)인 것이다.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명철한 지혜는 무엇인가? 바로 ‘혁신(革新)’이다.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감내하며 새롭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혁신은 진화의 필수적인 경쟁 우위 요소이다. 비행기가 없었다면 핵폭탄도 없었을 것이고, 원자력 발전소도 없었을 것이다. 혁신은 근본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우리에겐 여수산단이라는 비행기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Keep Running!” 지금은 새로운 도약(여행)을 위한 정지신호이다.
명심하자! 세상을 바꾸게 될 새로운 기술만이 경쟁우위 요소인 것을!.
/곽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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