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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차(堆肥茶)로 작물 키우기
잘 발효된 퇴비는 땅의 보약이고 미생물의 집이며 밥이다. 이런 퇴비를 토양에 직접 넣지 않고 일반 차처럼 물에 우려서 그 물을 작물의 잎에 뿌리거나 토양에 넣어주는 농법이 있다.
퇴비차는 유기농업이 발달한 독일에서 널리 행해지고 있는 농법으로 퇴비에 좋은 성분, 즉 무기 미네랄 양분, 휴믹산, 풀빅산, 미생물 대사산물 등을 물로 우려내어 작물 생육 효과, 병해충 예방효과, 토양 입단화 효과, 토양내 유효 미생물 증진 효과 등을 동시에 거둘 수 있어 농사에 유익한 농법이라 할 수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시설하우스 및 과수 농가, 또는 가족형 유기농텃밭 중심으로 퇴비차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퇴비차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1(퇴비) : 10~20 (물)의 비율로 잘 발효된 퇴비를 거름망(부직포, 스타킹, 한약다림추출포)에 넣고 공기를 넣을 수 있는 기포기를 설치하고 약 1~2일 동안 우려내면 된다. 토양에 관주하거나 엽면시비시에는 약 10배 정도 물에 희석하여 사용하면 된다. 퇴비차가 완성되면 바로 사용하는 것이 좋은 데 그 이유는 호기성 미생물이 공기가 없으면 사멸되기 시작하고 일부 무기양분이 공기중으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거름망은 비료 시비시 물 속에 알맹이 큰 퇴비 입자가 있으면 물 호스 구멍을 막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하다.
기포기는 잘 부숙된 발효 퇴비에 많이 있는 미생물 중 호기성 미생물의 증식을 위해 필요하다. 공기를 물속에 불어 넣어 주지 않으면 호기성 미생물은 증식에 어려움이 있고 혐기성 미생물이 증식되어 퇴비차의 효능은 떨어진다. 고품질 퇴비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속의 용존산소량은 퇴비차 제조 기간 내내 5.5ppm 이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림> 박남훈. 퇴비차만들기
미생물 증식을 위해 당밀이나 화학비료를 넣어주기도 하고 주변 농업기술센터에서 제공하는 광합성미생물, 바실러스 미생물, EM 등을 전체 물 무게 대비 약 2% 이내로 넣어주면 된다. 퇴비차의 효과를 더욱더 증진시키기 위해서 암석가루, 휴믹산, 아미노산, 해조 추출물 등을 첨가하여 사용하여도 좋다. 또한 히트(heat)기기를 사용하여 물의 온도를 20~25℃ 정도 높여주면 미생물의 활성은 더욱 올라간다. 퇴비차가 완성되면 구수한 냄새가 나야 한다. 악취가 난다면 퇴비차 제조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사용하면 안된다. 원래 잘 발효된 퇴비는 방선균과 미생물 대사산물의 영향으로 악취가 나지 않고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난다. 악취가 나는 퇴비는 퇴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보이차 중 보이숙차 제조 과정은 퇴비차 제조 과정과 유사하다. 차엽을 따서 위조(萎凋)과정(그늘에서 차엽 시들기), 살청(殺靑)과정(가마솥에서 차엽의 산화과정을 막기 위해 뜨거운 가마솥에서 차엽 볶기), 유념(捻)과정(차엽 비비기), 쇄청(靑)건조(유념이 끝난 차엽을 대나무자리 등에 넓게 펼쳐 놓고 햇볕에 말리는 과정)를 실시한 모차(毛茶)를 1m 이상 쌓아올린 후 물을 뿌려 차엽에 수분을 가한 후 천을 덮어 미생물 발효를 진행시킨다. 이런 과정을 악퇴(渥堆)과정이라 하며 미생물이 모차의 영양분을 삼아 증식하면서 쌓아둔 모차 더미에서 온도가 올라간다. 너무 과도한 온도는 보이차의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차 뒤집기를 실시하여 호기성 미생물의 증식을 돕는다.
뒤집기는 약 60여일 동안 6~10차례 정도하며 차의 상태와 차방의 제조기술에 따라 달리한다. 악퇴과정 중 발생하는 미생물은 흑국균, 효모, 페닌실리움, 리조푸스 등과 같은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이런 미생물의 영향으로 모차의 화학적 변화를 거쳐 특유의 보이차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보이차를 일정한 틀에 찍어 최종 제품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이차를 사람들이 뜨거운 물에 넣어 우려 마신다.
이와 같이 잘 발효된 보이차가 사람의 몸에 좋 듯 잘 제조된 퇴비차는 작물의 생육에 도움을 준다. 사람도 수시로 차의 종류를 달리하여 차를 마시듯 퇴비차에 투입되는 원재료를 달리하여 다양한 퇴비차를 제조하여 작물에 뿌려주면 화학비료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전문 농업인뿐만 아니라 도시농업하는 도시 농부들에게도 유익하다. 건강을 위해 사람도 차를 마시듯 작물도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좋은 퇴비차를 제공해주자.
하병연 박사, 시인
국립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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