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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자연이다 – 12

기사입력 2020.02.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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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에 병해충이 찾아들면 식물은 어떻게 대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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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병연 이학박사/시인
    국립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술연구교수


     
    사람도 살다보면 질병이 오듯이 식물도 마찬가지로 생육 도중에 병이 찾아온다.


    병해충이 찾아들면 식물은 그 자리를 피해서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자체 생존을 위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전략을 구축해 놓았다.

     
    파이토알렉신(Phytoalexin)이라는 천연 항생제가 있다. 식물이 해충이나 병원균에 의해 공격을 받을 때 침략자들을 격퇴시키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 물질을 총칭해서 ‘파이토알렉신’이라고 한다.
    해충이 식물체를 갉아먹거나, 즙액을 빨아먹을 때, 혹은 병원균이 식물의 세포벽에 달라붙어 식물세포에 가해를 하면 식물은 체관을 통해 비상 신호물질을 온 세포에 흘려보낸다. 그러면 식물은 상처부위에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 물질을 유도해 세포벽에 딱딱한 리그닌(Lignin) 물질을 층층이 쌓아 외부 적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성벽을 쌓아 올린다.
    그리고는 항생제인 파이토알렉신(Phytoalexin)을 분비하여 상처 부위를 아물게 한다.


    마늘의 알리신(Allicin)과 감자의 솔라닌(Solanin), 포도와 땅콩의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등이 대표적인 파이토알렉신(Phytoalexin) 물질이다.


    이런 파이토알렉신 성분이 사람에게도 항암 치료 효과가 있음을 근래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또한 상처부위에서 휘발성 화학물질인 테르펜(Terpene)이나 세키테르펜(Sequiterpene)을 훅훅 풍겨 주변에 있는 천적들이 그 냄새를 맡고 식물 쪽으로 달려와 해충을 잡아먹게 만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숲속의 피톤치드(Phytoncide)에는 이런 물질들이 들어 있다. 식물 스스로 만든 방어 물질인 셈이다.

     
    식물은 지상에서만 방어막을 치는 것이 아니고 지하에서도 적극적으로 외부 병해충을 막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식물의 잎에 해충 공격을 받으면 잎에서 발생한 해충 공격 신호가 뿌리까지 전달되고 뿌리 주변으로 해충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익 미생물을 끌어들인다. 유익 미생물은 ‘살리실산’ 같은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그 물질을 다시 식물체 전체로 이동시켜 해충 공격을 막는다. 또한 토양 속에 있는 뿌리 공생 곰팡이인 균근(Mycorrhizae)을 통해 정상 식물에게 해충 공격을 알려주는데 정상 식물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천적을 부르는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자신을 보호한다. 


    따라서 식물은 외부 병해충이 침입하면 적극적으로 자기 방어를 하며 주변 정상 식물에게 병해충 침입을 알려 방비하게 하며 천적을 불러들일 수 있는 화학물질도 분비하여 자신 이외 외부 힘도 빌린다.
    이런 현상을 지켜보면 사람 사는 세상이나 식물 사는 세상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병원과 약 처방과 같은 의료 서비스도 받을 수 없는 식물도 창궐하는 병해충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방어막 시스템을 갖추고 주변 환경과 연합하여 보호막을 겹겹이 쳐서 야생에서 생존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창궐하고 있는 요즘 식물보다 월등하게 유리한 환경에 살고 있는 사람인 우리는 어떠한가? 휴대폰과 방송매체로 바이러스 침입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고, 개인 마스크 착용 및 위생 관리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으며, 단체 모임 및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되도록 가지 않고 있으며,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치료약 및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부 병해충에 대해 식물이 대응하는 만큼 사람도 대응한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생존의 기나긴 길은 험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 무사히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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