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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8일 (목)▲ 선택 시 PDF 신문보기 가능합니다. [2024년 3월 28일 (목) 여수일보 헤드라인뉴스] ▶여수시, 통합방위협의회로 안보 강화<https://m.site.naver.com/1l082 ▶영산강유역환경청, 공공하·폐수처리시설 기술지원 실시<https://m.site.naver.com/1kZqi ▶소방안전교육 패러다임이 함께 실천하는 안전문화를 만듭니다<https://m.site.naver.com/1kZhi ▶[수필]장사지내는 코끼리<https://m.site.naver.com/1l06U ▶황혼 로맨스 2인극 ‘늙은 부부 이야기’<https://m.site.naver.com/1kZiY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여·야 대진표<https://m.site.naver.com/1l0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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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장사지내는 코끼리▲임병식 수필가 세상은 놀라운 일도 많다. 갖가지 기후현상을 비롯하여 지구에 몸담고 사는 동식물들이 깜짝 놀라울 행동을 보여 탄성을 내지르게 만든다. 기후현상으로는 한쪽 대륙은 가뭄으로 목이 타들어 가는데 다른 쪽에서는 폭우가 쏟아지고, 또 한쪽에서는 한파가 계속되는데 다른 쪽에서는 폭염이 쏟아져 대지를 초토화 시켜 놓는다. 엊그제는 남극지방에서 기후온난화로 인해 집채만 한 빙하가 떠내려와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놀라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런 자연현상 말고, 일전에 지상에 인도 벵골지역에서 사는 코끼리가 장사지내는 장면을 내보내 사람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일개 동물에 지나지 않는 코끼리가 그런 행동을 하다니. 놀라우면서도 소름마저 끼치게 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 코끼리의 새 장례문화가 발견되었단다. 마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들려 가보니 죽은 아기코끼리를 땅을 파서 매장을 해두었다는 것이다. 머리와 네발을 하늘을 향하도록 절반쯤 묻어 놓았더란다. 이럴 수가 있는 것일까. 그 기사를 대하면서 드는 생각은 ‘사람보다 낫다’는 것이었다. 이와 견주어 인간은 어떤가. 물론 대다수는 그렇지 않고 극히 일부 인간말종들이 보여주는 사례지만, 혀를 끌끌 차게 한다. 보모가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때려죽이고, 늙은 부모가 짐이 된다고 유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코끼리는 죽은 새끼를 멀리 끌고 와 정성껏 매장하고 구슬피 울며 떠났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들의 장례풍속이 얼마나 가상한 것인가. 동물이 보여주는 행동이 예사로 여겨지지 않는다. 장사를 지내고 떠난 코끼리들은 그 후로 무덤을 찾지 않았다는데 그것은 그런 의식을 치러줌으로써 모두 잊고자 한 것이었을까. 그러한 행동을 보면서 코끼리는 비록 동물이지만 사람 못지않은 감성과 영성을 지낸 개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코끼리를 절대로 우습게 여기거나 열등하게 볼 동물은 아닌 것 같다.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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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2일 (화)▲ 선택 시 PDF 신문보기 가능합니다. [2024년 3월 12일 (화) 여수일보 헤드라인뉴스] ▶한화솔루션 여수공장, 빛을 나누는 6년의 발자국<https://m.site.naver.com/1kcQV ▶분홍빛 봄의 전령, ‘영취산진달래축제’로 초대합니다!<https://m.site.naver.com/1kcPk ▶야간 백도 인근 해상 위치표시 끄고 운항 ... 잡고 보니 승객 태운 낚시어선<https://m.site.naver.com/1kcvt ▶[수필] 숨겨둔 기쁨<https://m.site.naver.com/1kcQO ▶7톤급 어선 전복,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https://m.site.naver.com/1kcOy ▶[인터뷰] MG좌수영새마을금고 진현택 이사장<https://m.site.naver.com/1kc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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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숨겨둔 기쁨▲임병식 수필가 산에 오르다가 야생 난을 만났다. 마음먹고 오른 등산은 아니었고 마침 내리던 비가 그쳐서 꽃나무를 사들고 찾아간 발길이었다. 이날은 마침 경칩이기도 해서 마음이 들떴다. 아내 무덤 밑에다 나무를 심어놓고 조카가 가꾸고 있는 이웃 농장을 찾아갔다. 거기에는 감나무를 비롯해서 황칠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편백나무도 많이 심어져 있다. 어렸을 적이 생각이 나서 산 위로 내달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중간쯤에 있던 고총의 무덤은 상상외로 위쪽에 있고 전에는 지천이던 딱주는 하나도 보이지 않은 가운데 야생난이 지천이었다. 이것들은 벌써 꽃이 핀 것도 있고, 대부분이 한참 꽃대를 올리고 있었다. 그 무리 중에 눈에 꽂히는 것이 있었다. 이파리 중간에 노랗게 물이든 중투의 난이었다. 그것은 온전한 것은 아니고 노루나 토끼가 뜯어 먹었는지 중간이 잘려있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이파리 하나가 온전하여 중투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야, 반갑다. 중투!”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촬영한 후 조심스럽게 낙엽으로 덮어주었다. 성장을 위해서는 노출을 시켜놓아야 하겠지만 누가 보면 금방 채취해 갈 것 같아서였다. 조카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는 산 두릅도 많은데 외지인이 먼저 서리를 해가는 바람에 한 번도 맛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퍼득 떠올랐던 것이다. 그 조치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놓아야만 그나마 보존이 될 것이 아닌가. 그리해 놓고 돌아서니 마음 한 켠 크게 기쁨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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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04일 (수)▲ 선택 시 PDF 신문보기 가능합니다 ▶여수시, 드론배송 서비스 상용화 나선다<https://m.site.naver.com/1jNcG▶우리지역ESG<https://m.site.naver.com/1jLsw▶[수필]땅거미 질 무렵<https://m.site.naver.com/1jLW4▶강인한 의지와 생명력이 전달되길, ‘소나무는 내친구’展 개최<https://m.site.naver.com/1jLrx▶권오봉 전 여수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https://m.site.naver.com/1jNmz▶[기획인터뷰]여수의 새로운 100년 주철현이 지켜내겠다<https://m.site.naver.com/1jL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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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땅거미 질 무렵▲임병식 수필가 해가 함지에 빠지고 잔광이 아직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을 때부터 반대로 저녁은 시작된다. 물리적인 야간은 이미 테입을 끊은 뒤지만 땅거미는 썰물이 서성이며 갯벌에 머물던 미련을 어쩌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주도면밀 하게 짙어오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까. 다리 긴 사람이 마치 성큼성큼 다가오는 모습 같다고나 할까. 이때는 여명이 밝아오는 때와는 달리, 또 다른 긴장감에 휩싸이는 시각. 각일각 다가선 어둠이 검은 휘장을 두르고 침묵 속에 빠뜨리는 시간이다. 그 유사한 전경을 김승옥은 '무진기행'에서 '점령군이 밀려온 것 같았다'고 표현했지만 옥죄이며 포위하여 오는 모습은 그와 다르지 않다. 이 시간대는 또 한편으로 잠드는 것과 깨어나는 것의 교차점이기도 하다. 가을 녘에 맞이하는 이 시각은 벌써 풀잎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고 박꽃 달개비 꽃은 요염한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들녘에 나가 허리 펼 새 없던 농부는 귀가를 서두르고 밭갈이에 지친 일소는 하루의 일과를 마감했다는 뜻인지 코뚜레 줄에 매달은 풍경을 타종이라도 하듯 뎅그렁거리며 돌아온다. 이 순간은 모든 것을 점검하고 갈무리하는 시간. 아직은 희끄무레 남은 잔광 속에서 챙길 수 있는 일은 다 챙겨야 하는 순간이다. 나는 내 유년의 아련한 추억 속을 돌아볼 때 이 때 쯤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6.25전쟁이 종전으로 치달아 발생한 부상병들이 하나 둘씩 귀가를 서두를 때, 흙먼지 뒤집어쓰고 기마전이며 병정놀이에 빠져 지쳐가던 때가 이때였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전봇대 같이 치솟은 굴뚝에서 피어 오르던 연기가 잦아들고 '아무개야 밥 먹어라' 부르는 소리가 왁자하던 때도, 그 시절이 아련한 때도 이때이다. 하여, 나는 여명을 지켜보는 것은 지금도 계속되는 일이지만, 땅거미 지는 것을 생각하는 일은 늘 한정된 유년의 뜰에 머물러 있다.'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그 노래가사가 어찌하여 불려주고 그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면서 검둥개처럼 뒹굴던 시절이 잊히지 않는 것이다.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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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8일 (목)▲ 선택 시 PDF 신문보기 가능합니다. [2024년 2월 8일 (목) 여수일보 헤드라인뉴스] ▶‘다시 100년, 평화 콘서트’ 만반의 준비 마친다<https://m.site.naver.com/1iWzX ▶‘안전한 설 명절, 해양경찰과 함께!’ <https://m.site.naver.com/1iW6Z ▶베스트 소방공무원‘당신이 최고’ <https://m.site.naver.com/1iW7I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전남학생의회(6기) 여수대표의원 선출<https://m.site.naver.com/1iWy5 ▶여수시의회 여순사건특별위원회, 여순사건 희생자 집단묘역 참배<https://m.site.naver.com/1iWyD ▶[수필]마음속에 남은 잔상(殘像)<https://m.site.naver.com/1iWz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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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마음속에 남은 잔상(殘像)▲임병식 수필가 바닷물이 들고 나는 간석지는 하루 두 차례씩 꼬박꼬박 속살을 드러낸다. 보일 것 다 보이면서 보고 싶으면 다 보라는 듯이 하나도 감추지 않는다. 그런지라 물에 잠겨 보이지 않던 갯바위도 이때는 정체를 드러내어 실체를 보여준다. 그런 바위 위에는 낮에는 작열하는 햇살이 내려앉고 밤에는 교대로 달빛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바다가 맨몸을 드러내는 때면 바위에 달라붙어 있던 따개비들은 ' 이때다'하고 몸을 움크린다. 노출되어 다른 것에 먹히지 않도록 꼭 입을 다물어 버린다. 하나 반대로 게들에게는 이때가 활동 시기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 세상을 만난 듯 개펄 위를 헤적이며 다닌다. 나대는 건 녀석들 뿐만이 아니다. 달리기 선수인 갯강구 또한 무대가 좁다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오지랖 넓은 행동을 개시한다. 이들의 활동은 나중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갯고동이다. 이놈들은 미동 없는 듯해도 나중에 보면 온 바위에 체액을 발라 범벅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모래 위나 개펄 위를 기어 다니는 다른 놈들은 모래사장에 무수한 발자국을 찍어 놓는다. 그걸 보노라면 이놈들이 얼마나 자유분방하며 역동적으로 사는지를 알 수 있다. 갯강구는 몸이 어찌나 재빠른지 움직이는 걸 따로 추적하기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게는 그렇지 않다. 놈들을 보면 이만저만 주도면밀한 것이 아니다. 물이 빠져나가면 마치 해병이 잠수함의 해치를 열고 나오듯, 흙더미를 떠밀고 나왔다가 다시 밀물이 들어오면 쏜살같이 몸통을 숨기고는 입구를 흙으로 막아버린다. 그러면 감쪽같이 흔적은 감춰지고 밀물은 천연덕스럽게 그 위를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몽따고 뒤덮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금 전까지 펼쳐진 활동 흔적까지를 지워버리는 건 아니다. 엊그제 설 명절 때였다. 식구가 내외뿐인 우리 집은 늘 절간만 같았는데 근간에는 여러 친인척이 찾아와 머무는 통에 왁자했다. 그것이 싫지 않은지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는 아내가 여간 흐뭇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날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차피 잠시 머물다 돌아가야 할 발길이기에 서둘러 떠났기 때문이다. 그런 발길은 창문 한 번 열어서 공기를 환기시킬 때처럼 잠깐 신선한 변화를 선사하고 갔을 뿐이었다. 그런지라 뒤끝은 허전하고 예외 없이 일상으로 되돌려졌다. 하지만, 흐뭇한 인정은 훈김처럼 여운으로 남는다. 마치 간석지가 썰물에 드러났다가 다시 민물로 채워져도 그 흔적이 한동안 기억 속에 계속 어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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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외발 갈매기-여수 토박이 작가의 시가 있는 수필집 출간 -바다와 자연을 우리의 삶 사이의 연결고리로 이어주는 다정한 시선 ▲<여수, 외발 갈매기> 표지 수필을 읽는 일은 그 자체로 여정이다. 그 안에서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느끼며 그 내면을 탐험할 수 있고 글에서 묘사되는 순간들은 더 깊은 사유와 철학적인 사고를 유도한다. 이번에 출간된 엄정숙 작가의 수필집 <여수, 외발 갈매기>는 자연과 인간, 운명과 선택에 대한 고요한 사유와 아름다운 언어로 독자를 매료시키며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수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인생 경험과 사색의 결과물로 비유와 은유, 상징적 표현을 잘 활용하여 쓰여진 글들은 수필이란 장르를 다시 정의하게 해준다. 수필집 <여수, 외발 갈매기>는 상상력과 감정선을 풍부하게 활용하며 자세한 서술과 그 순간의 특별한 감정까지 솔직하게 잘 표현하고 있는데 특히 바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운명에 가깝도록 깊고 짙어서 이 수필집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매일 마주치는 바다의 살아있는 아름다움과 함께 태풍이 휘몰고 오는 바다의 무서움을 통해 우리 삶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고난까지 풀어내고 있는 것이 압권이다 또한. 가족 이야기나 우리들의 삶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대상과 현상에 대해 눈길에 마음을 얹어 쓰여진 글들은 독자들에게 미소와 놀라움, 그리고 긴장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켜 수필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수필집 <여수, 외발 갈매기>가 문학성과 예술성에 작가의 인간성이 더해졌다는 평을 듣는 이유이기도 한데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한 작가의 시편들이 수필들 사이에서 공감의 가교 역할을 하는 전개 방식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여수 토박이인 엄정숙 작가는 2006년<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수필로 당선되었으며 여수 해양문학상, 캘리포니아 여성문학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다. 시집으로는 <갈매기 학습법>이 있다. 주명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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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騷音)의 해석-임병식작가의 수필 ▲임병식작가 어디서 닭 우는 소리를 ‘고귀위(高貴位)’라 써놓고 그 뜻을 '높이 오른다'라고 풀이해 놓은 걸 보고서, 일본사람들이 유리를 구분을 하기 위해 창유리는 그라스(grass), 컵 유리는 ‘구라스’라고 한다는 말을 문득 떠올렸다. 그 착상이 기발해서였다. 한데, 이처럼 소리도 보면 그런 구별법이 필요하지 않는가 한다. 왜냐하면 소리가 느낌으로 전달되어 올 때와 ‘소음’으로 느껴질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둘은 뚜렷한 차이가 있다. 단순히 청각으로 울려오는 상태인데도 소리와 소음은 다르다. 즉 소리는 그냥 귀로 들려올 뿐이지만 소음은 그렇지 않고 신경을 자극한다. 소음의 한자(漢字)는 재미있다. 그 조합을 보면, '騷’자는 말(馬)과 벼룩(蚤)이 합쳐져 있다. 그러니 오죽 시끄러울 것인가.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는 여간 소란스러운 게 아니다. 예전에 지은 탓에 층간소음 차단이 안 되다 보니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는 물론 말소리도 여과 없이 들려온다. 거기다 방안에서는 무슨 공방(工房)을 차려놓았는지 무시로 드릴소리가 나고 망치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해서 행여나 낮잠을 자려거나, 글이라도 쓰는 때는 온 신경이 곤두서고 견디기가 힘이 든다. 그렇지만 나는 하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아내고 있다. 이유는 내가 물리적으로 그를 제지 시킬 방도가 없을뿐 더러 다른 곳으로 이사 갈 형편도 못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형편에 용케 참아내는 나를 보고 혹자는 대견해 한다. 하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어차피 ‘피하지 못하고 살 거라면 그냥 그 상태를 즐기자’고 다소 소극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을 뿐이다. 그와 나는 같은 동의 아파트를 한 층 나누어 사는 입장인데 야박하게 굴 것은 또 뭐냐고 여겨버린 점도 있다. 이만하면 도를 닦는 수준일까, 나태의 한 표본일까. 황은지 기자